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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0. 09:35 흥청망청/가벼운 수다


일단은.



월요일날, 블로그에 싫다싫다싫다 열심히 적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서  '홈리스 중학생'을 읽었다.
지난 주 북오프에서 기둥 옆 구석탱이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타무라를 발견해서 앗싸!하며 집어들었다. 우하하하.
드디어 나도 홈리스 중학생을 읽는구나 ㅠ.ㅜ

전철에서 사운드 스케쥴 노래를 들으면서 낄낄 대면서 봤다.
공원생활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는 타무라가 방송에서 몇 번이나 말해서(내가 몇 번이나 보기도 했고ㅡ_ㅡ;)
나도 줄줄줄 말할 수 있는 정도지만; 글로 보니까 또 새로웠다.

매끄러운 문장, 아주 잘 쓴 글 같진 않지만, 역시 게닝이라 그런지 귀로 듣는 이야기처럼 술술 읽혔다.

어린 타무라의 고생에 맘이 울컥 해서 몇 번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귓가에서 울려퍼지는 오오이시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전철에서)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마저 읽었다.
밥 다 먹고도 계속 읽었다. 타무라 고1 담임쌤이 타무라에게 써준 편지 부분에서는 나도 눈물이 줄줄.
시나가와가 타무라한테, 그런 생활속에서도 삐뚤어지는 일 없이 잘 자랐다고 한 적이 있는데, 나도 전부터 궁금했다.
어떻게 삐뚤어지거나 세상에 대한 일체의 원망 없이 그렇게 담담하고 재미나게 힘든 시절 이야기를 하는 걸까.

막상 읽어보니, 일단 타무라는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타인인 자신에게 딱히 이유랄 것도 없는데 애정을 쏟아주는 어른들이 있었고 (또 공원 생활 자체가 그렇게 길지 않았고ㅋ)
삐뚤어지거나 원망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얼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때는 있었다고.
그래도 타무라는 멋지다. 어쩜 그렇게 해맑게 자랐지. 인세 받았다고 런던하츠에서 자랑할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ㅋㅋㅋㅋ
기린은 막~좋아하는 건 아니어도 괜찮은 콤비인지라.
이제 타무라, 인세로 받은 돈도 다 썼다고 하니 얼른 텔레비로 컴백하세요 ㅋㅋㅋㅋ

그리고 저녁에 학원 가서 안나오던 남자아이가 또 수업에 들어오자마자 엎드리길래 뻗쳐오르는 화를 잠재우고,
옆 방에서 초딩들은 학원이 떠나가라 떠드는데 나는 분사구문에 대해서 설명해야하고. 목은 아프고, 애들은 별 반응 없고.
그렇게 한시간 반이 지나고 잠시 멍하니 있다보니 그냥 뜬금없이 내가 태풍의 눈에 들어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풍이다, 태풍. 집에서 홈리스 중학생을 읽으면서 어찌나 학원에 가기 싫은지 정말 길가다 갑자기 쓰러지고 싶어졌다.
그리고 막상 학원에 와서 어떻게 어떻게 버티고 있으면, 그렇게 싫었던 상황 한가운데에 있으면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거다. 태풍의 한가운데가 정작 조용한 것 처럼.
그리고 이를 악물고 달력을 한 장 한 장 확 찢어내는 심정으로, 오늘도 드디어 지나갔다 하는 마음으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좋아지길 빌며 죽은 듯이 자고, 그러면 다음날 아침이다.

하루하루 겪는 감정들의 종류가 너무 많다.
책 읽고 울다가 노래 듣고 감탄하다가 뮤지션 정보 찾아 웹서핑을 하면서 열광하고
애들 보고 짜증나다가 다시금 애들 보고 기운이 나다가 성취감에 뿌듯하다가 무력감과 회의감에 사로잡히다가.
흐음. 몸보다 정신이 더 바쁘다.
이 삶의 도중에, 끝에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으면 억울하다.
과정과 현재에 집중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미래에 뭔가 있지 않으면 그냥, 쓸쓸할 것 같다.
그래야 싫은 기억이, 싫었어도 짠한 기억으로 탈바꿈 할 수 있잖아.

아,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늦게까지 잘 수 있다.
수면부족도 대략 한달 반이 지나면 익숙해지긴 하는데, 어제는 무려 앉아서 말을 계속 하는데도 눈이 감겼다.

세키네 츠토무가 책에서(이것도 홈리스 중학생과 같이 북오프에서 겟!) 잠은 제대로 자야한다고 했는데...
한 아이돌이 자기는 바쁠수록 잠을 줄이는데, 하루중에 자기 시간 갖는 것 없이 잠들면 손해보는 느낌이라고.
세키네 츠토무는 그 얘길 쓰면서 너무 힘들고 피곤하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마음을 좀 달래는게 필요한건데,
(공감 절절...) 하지만 수면 시간을 줄이면 머리회전도 잘 안되고,
그러니까 잘 자라는 (써놓고 보니 더욱) 아주 일반적인 말을 했는데,
얄팍한 나는 그런 말을 세키네 츠토무가 하니까 귀담아 듣고 싶어진다.  

근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리다. 7월 말까지는 이 패턴이 계속 되겠지.
그러니까 책도 열심히 읽고 음악도 열심히 듣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리고 그걸 블로그에 열심히 올리고,
짜증나는 것도, 좋은 것도 알맞게 전하고 표현하면서 보내야지.
그럼 뭔가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믿으면서, 버텨야지.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날라고 한다 ㅠ.ㅜ 정말 그렇게 되면 좋을텐데.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