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4. 10:44 카테고리 없음

아래에 이어서.

셋째. 지난 달 수업을 같이 들었던 남자 대학생, 편의상 길동군이라 부르자.
이번 달도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길동군이  좀, 싫다........
이런 타입의 사람들이 가끔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한데...

지난 달에 처음 회화 수업을 들었을 땐 쫌 서먹서먹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얘기도 하고, 친해졌다고 하긴 그렇지만 화목하게 지냈다. 한 명하고는 페이스북에 등록해서, 내년에 호주에서 만나기로@
근데 길동군은 쉬는 시간이라고 함과 동시에 이어폰을 들고 밖으로 쌩 나가버린다. 그럼 나는 그걸 보고 생각한다. 아, 길동군은 자기한테 말을 걸지 말라는거구나.

원어민 쌤이 주말에 뭐했냐, 어제 뭐했냐, 이런거 물어본다. 나도 회화수업할 때 꼭 물어본다. 선생님이 학생이 뭐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는거 아님. 말 좀 하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다들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이 있겠어. 똑같은 일상.
근데 길동군은 딱히 없다. 아무것도 안했다.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거에 대해 잘 모른다, 이렇게 대답한다.

한 번은 원어민 쌤이 성의없는 대답에 살짝 열받은 것 같아서 ㅋㅋㅋ 이건 회화수업이니까 진짜 그렇게 생각안해도 대답을 하라고 했다. 신기해. 잘 못알아들어도 화가 난 사람의 머리에서 스팀 오르는게 눈에 보이는 것 같다ㅋㅋ
여튼 쌤의 맘 완전 이해함 대답하기 싫음 수업 듣지 말라고! 이건 회화수업이니까 말을 하란 말이다!!!하는 생각을 할테다. 나도 그러니까ㅋㅋ

나는 재패니즈 티처라고 소개를 했었고, 길동군은 영어수업과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가 말을 하다가 나한테 일본어를 배우면 되겠네~ 하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예스라고 했다. 거기서 정색하고 시간 없어요~ 이럴 건 또 머임... 근데 아니나 다를까 길동군은 정색하고 노땡큐란다.

야, 나도 싫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길동군이 하는 영어를 잘 못알아듣겠다.
발음이 좀 특이하다. 일단 미국식은 아니고, 영국식 발음을 많이 들은게 아니라서 영국식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정말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ㅠ.ㅜ
보면 영어는 곧 잘 하는 것 같은데. 문장도 잘 구사하고 어려운 단어도 곧잘 사용하고 근데 왜 나랑 같은 레벨??  
여튼 원어민 쌤은 무리없이 들으니 이건 내 내공이 부족하다고 하는 수 밖에.

나는 (내가 배우고 싶어하는 분야에 대해) 남들보다 못하는 거에 좀 민감해서,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고 창피해하고 그걸 계기로 노력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열등감에 시달리고 비참해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거기다 대고 박칼린 처럼 소리소리를 질러대면  나에게는 가능성이 없구나 다른 걸 해야지 하고 아예 포기해버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나도 춤추게 한다 ㅋㅋㅋㅋㅋ

즉, 길동군의 존재는 나를 두시간 내내 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편해.

그래도 나랑 직접 파트너 되는 일 없이 잘 지냈는데(?) 어제 길동군이 내 옆에 앉았다. 앉는 순간 안좋은 느낌... 첫시간 수업은 파트너랑 하는게 아니라서 괜찮았는데 두번째 시간은 파트너 시간. 난 길동군이 하는 영어를 못알아들으니까 대화가 성립될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뭐라는 지 잘 모르겠어...ㅠ.ㅜ

게다가 두번째 시츄에이션에서 지시사항을 읽고, 내가 엄마하고, 니가 아들해, 하고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길동군이 저 건너편에 앉은, 자기 파트너와 한참 이야기 중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거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다들 잠깐 놀랐음. 길동군을 향해 말하고 있던 나는 뻘쭘했음.
길동군은 자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끝나자 날 보고 뭐라고 했니? 하고 묻는다.
사실 말도 하기 싫었는데 그냥그냥 하는데... 역시나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대화가 성립이 될리는 없고... 책에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고 싫다는 얘기를 하라는데 댓번에 싫다고 하니깐 대화는 단절되고... 아아아 

나는 길동군이 정말 불편하다. 눈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점과 수업 분위기를 얼게 만드는 점이 너무 싫다.
사실 어딜 가도 사람들 좋아할 것 같은 타입은 아님... 괜시리 사람들이 피할 것 같은 타입.
그걸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더  길동군을 불편해하는 내 작은 그릇이 날 우울하게 만든다.이 사람이 좀 이상해, 하는 걸 알면서도 따뜻하게 대해 줄 만한 그릇이 못되는 점, 아니면 그냥 이상해~ 하고 고민없이 피해버리는 그 두 지점이 부러운데 그 가운데서 서성이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모두가 싫어하는 비범한 아이를 상냥하게 대해주는 멋진 급우가 나오는데, 난 늘 그런 급우가 되고 싶었다. 근데 그 아이를 괴롭힐 깡은 없고, 그냥 싫어서 피하기만 하는 만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지도 않는 배경 인물로 전락하는 셈이다ㅋ

근데 어쩌지.
나는 길동군이 쭉 불편할 것 같다.
금욜에 어떻게 하면 옆에 앉지 않아도 될지 고민중이다.

posted by steadyoung
2011. 4. 14. 10:07 카테고리 없음

어제 영어회화 수업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다.

첫째, 강의실을 나선 순간 오늘 내가 말한 문장들이 오버랩되면서 무력감에 휩싸인다. 문법 실수가 많았을 때는 밀려오는 화를 잠재우기 위해 소리라도 버럭버럭 지르고 싶다. ㅋㅋㅋ
남들 문법 틀리든 말든 신경 안쓰지만, 즉 다들 내가 문법을 틀리던 말던 별 신경 안쓰겠지만 그냥 너무 쪽팔린다. 문법적 실수는 절대 하고 싶지 않거든!!
뭐 어제 틀린 건 다신 안 잊겠지만 그래도 실수 하고 싶지 않다...

둘, 이번 수업은 열혈 학생이 좀 많다. 나도 좀 열혈에 속하지만 날 웃도는 열기! 게다가 어제 주제는 pro and cons, 찬성반대.
쌤이 칠판에 적은 주제는 혼전동거와 게이의 결혼. 쌤이 준 쪽지 사인에 맞춰 찬성을 해야하고, 반대를 해야한다. 난 둘다 찬성하는 쪽에 걸렸고, 둘다 찬성하므로ㅋ(찬성이란 말도 웃기다고 생각함ㅋ 모두가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되도 않는 영어로 열심히 말했다. 

문제는 쉬는 시간, 이미 결혼하신, 나 같은 딸이 있을 것 같은 여자 A하고, 어린 아들이 있는 B 사이의 의견충돌.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
비씨는 상대방에 대해서 적당히 포기하는 부분이  없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참는데도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 내가 보기에 그건 아주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에 대한 얘기 같았다. 안고쳐지는 걸 어쩌라고. 같이 살려면 포기할 수 밖에. 라고 나도 일정부분 동의하는 부분.

마지노선을 넘는 건, 내가 생각컨대 알콜중독, 도박중독, 바람, 가정폭력과 같은, 텔레비전에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곳곳에 산재된 그런 남편들.
그런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내가 보기엔, 무리다.
일단 그런 사람들에게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내가 옆에서 해대는 소리는 모두 뻘소리.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도, 너무 힘든 일.
자기도 변하고자 하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성심껏 도울 순 있겠지만... 반복되면 결국 떠날 것 같다.
예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잠깐 만났는데 너무너무 끔찍했다. 지금까지도 끔찍한 기억이다. 근데 그런 사람과 살라고? 허걱....... 
 

근데 열혈에이씨 왈, 남을 변화시키기 전에 자기가 변해야해요. 포기하며 사는 여자의 인생은 너무 비참한 인생이예요.

이건 마치 교회 집사님 포스. ㅡ_ㅡ~띠용~띠용~

내가 보기에 에이씨의 반응은 쫌, 오바다. (하도 변하라고 설교를 하는 통해 살짝 열이 받은 것 같은)비씨가 예로 든 건 변기 물 안내리는 습관. 그런건 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나ㅋㅋ 내가 몸을 파르르 떨며 내 동생한테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잘 못고치던데...ㅋㅋㅋ 그랬더니 에이씨가 그런 건 기본이지, 하고 일축하고 또 열심히 자기가 변하면 남편도 변한다고 설파...

둘의 이야기의 핀트가 안맞아!!! ㅡ_ㅡ;; 중간에 껴서 난처한 우리들...ㅋㅋ
중간에 들어와서 어리둥절하고 민망해하는 원어민쌤 ㅋㅋㅋ

글쎄, 에이씨가 나보다 적어도 20년은 더 사셨을테니 산전수전을 겪어도 더 겪었을 테지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에 과연 고난이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들의 불행과 고생을 저울로 재서 수치화 할 순 없지만, 남편과 같이 2주동안 해외여행을 할 정도의 인생이면, 그 시간에 영어학원에 와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인생이면, 그럭저럭 살만한 삶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이것도 나의 독단과 편견임) 자기가 설정한 기준치에 못미치는 사람을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기 딸이 신랑감을 데리고 왔는데 대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를 한다거나... 뭐 유치하게 예를 들자면 그런 것.
걸러내는 필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격 인격 환경 배경 무난한 사람들만 남아있기 마련. 필터가 별로 없는 사람일수록 괜찮은 점 하나만 보고 압도적인 단점들을 못본척 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극명한 단점들과 성격차이에 괴로워하며 인내심 테스트를 수십번 거쳐 파경에 이르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결국 '포기'를 통해 비참한 삶을 살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들은 필터가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희생했고, 훨씬 더 노력했다. 그저 단지 약지 못했을 뿐. 나는 사람에겐 다소 미련하게 구는 사람들이 더 좋다. 

결국 좀 더 어린 비씨가 자기 의견을 굽히는 걸로 이 싸움은 끝났는데, 에이씨의 그 열혈 변화 설파에 보고 있던 내가 열을 받아서...ㅋㅋ 어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얄미워........
 
posted by steadyoung
2011. 4. 7. 09:42 카테고리 없음

(요즘 내가 올린 포스팅의 대부분은 운동 아니면 영어ㅋㅋ 하는게 그거 밖에 없어서 ㅋㅋ)


1. 운동

오늘로서 운동을 한지 언 두 달! 짝짝짝!!! 두달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살이 조금 빠졌다는 사실과 근육은 과연 생기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허벅지-엉덩이 사이에 셀룰라이트? 라고 하나 여튼 살이 찌면서 생긴 울퉁불퉁했던 것들이 평평해졌다는 기쁜 사실.

운동이 생활습관이 되는 날이 내게 오다니! 너무 좋다. 물론 내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만들어준 귀염둥이 트레이너에게 감사!! >.< 귀찮아도 트레이너 볼 생각에 꼭 간다ㅋㅋㅋㅋ
뭐든 3주~4주가 고비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영어학원도, 내가 근무하는 일본어 학원도 그 때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안나오기 시작한다ㅋㅋ
그것만 넘기면 다른 고비가 찾아올 때 까지의 텀이 길다. 운동은 게다가 한 두 달만 꾸준히 해도 성과를 느낄 수 있으니 참 좋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친구와 걸스힙합 댄스교실에 다녔을 때 ㅋㅋㅋㅋㅋㅋ 3주째에 안갔던 기억이. 물론 그 땐 출장 때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런 핑계를 계기로 안나가게 되는 거다. (그 때 선생님이 내가 흐느적거리는 걸 보면서 화를 참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옆에서 같이 배웠던 9살짜리 여자애는 완전 잘췄는데...내가 영어와 운동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꼬~옥 댄스교실 다시 다녀서 명예를 회복해야겠음ㅋㅋㅋ)

헬스 3주째는 너무 가기 싫어서(여태까지 그랬듯) 겨우겨우 두번 씩 갔다. 근데 5주 정도 부터 급 안정모드. 앞으로도 꼭! 호주 가도 도착한 날 헬스장 찾아서 등록해야지+_+ 난 호주에서 난생처음 비키니를 입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다 우후후후!

2. 영어

3월 초에 영어회화 시간에 자극을 받은 이후로 거의 매일을 회화 파일을 듣고 따라 읽으면서 한달을 보냈더니 확실히 늘긴 늘었다. 어떻게 얼마나 늘었냐고 물으면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원어민 쌤의 말이 전보다 더 들리고, 나한테서 문장이 나오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지고 (아주) 좀 더 다양한 문장과 어휘를 쓰려고 노력한다. 지난 달 회화 레벨에서 하나 오른 반에 들어갔는데 말 많은 아주머님을 비롯해서 다들 지난 레벨과는 달리 좀 더 잘한다. 딴 얘긴데 아주머님들은 참, 뭐랄까 대단하다. 예전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아줌마들의 공감능력에 대한 절찬을 했는데, 나도 수업을 하다 아주머님들을 만나면 어찌나 공감을 잘해주시는지ㅋㅋㅋㅋ 뭘 하나 가르쳐드리면 감탄, 궁금한게 풀리면 감탄, 시키지도 않았는데 따라 읽으시고ㅎㅎ 수업하기 수월하다. 대신 너무 격의없이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확실히 그런 사람을 대하는게 참 편한 건 내가 학생일 때의 선생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난 수업시간에 대답 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

회화교재 말고, 진도가 아주아주 더디게 나가는 셜록홈즈 말고, cnn 인터뷰를 모아서 만든 슈퍼스타 어쩌구 책도 같이 보고 있다. 첨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우주언어 처럼 들렸는데 그래도 꾸준하게 따라 읽고 따라 써보고 계속 듣다보니 이제 조금 영어 같이 느껴진다ㅡ_ㅡ; 20명 인터뷰고 한달 내내 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볼 것 같아서 오바마 연설로 갈아탄 뒤 다시 컴백할 생각. 회화만 줄창 보면 딱딱한 내용과는 거리가 생길 것 같아서 뉴스나 연설도 같이 봐야겠다.

그저께 영어 학원에서 만든 온라인 사이트를 들여다봤더니 수업이 꽤 괜찮을 것 같다. 인터넷강의는 원래 본인의 의지력과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것 이외에는 별 효용이 없는 것 같지만-_-; 15만원짜리 3개월 프리패스를 사면 그 사이트에 있는 모든 수업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토플, 토익, 영작 이런거~ 다 들을 수 있어서 솔깃솔깃 하고 있다. 러시어야 내 인생과는 절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중국어는 예전에 학교 다니면서 그래도 일년 열심히 수업 들었는데 까먹기 전에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는 상태다. 근데 영어부터 하고~ 하며 자제중인데 인강은 부담없이 보고 있으면 되니까... 얼마 안가 구입할 거 같지만 고심 중. 영어 공부 자료는 너무 넘쳐나서 큰 일이다.


3. 나가수 논란

난 제대로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지만, 뭐랄까, 취지가 너무 슬프다. 우리나라처럼 전문가 대우를 안해주는 나라가 또 있을까? 비단 가수라는 분야에 한정된 게 아니다. 통역이든 번역이든 뭐든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한다. 옆나라 일본은 별 노래도 못하는 사람도 가수라고 떠받들어주는데(물론 많진 않겠지만) 나가수에 나온 사람들은 정말 '가수'들... 노래를 잘한다는 말조차 실례될만한 사람들 아닌가.
근데 내가 그들 음반을 산적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공연에 가 본적이 있는가 하면... 그런 적도 없다. 그 사람들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건 나같은 사람들의 무관심이기도 하다. 서로서로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네 싶어서 참...


4.  안정된 삶

나는 지금 졸업 후 가장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오전에 일 가고, 점심 때는 주 3일 영어학원, 아닐 땐 서점에 들렀다 집에 일찍 와서 쉰다(잔다...). 저녁에도 대부분 일이 있고 일 끝나면 운동 가거나 집에서 일본 방송을 본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마다 일본 원서를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사람들을 만난다. 친구, 선배, 등등. 학자금을 청산했다는 기쁨도 큰 몫을 한다. 이제 갚아야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버는 대로 오로지 내가 쓸 수 있다.

이렇게 안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소 심심하고 빡빡할 때도 있지만 이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생각하면 힘이 난다. 어차피 호주 가면 다시 한 번 생활이 불안정해질텐데(부정적인 뉘앙스 아님) 지금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안정감을 실컷 누려놓을테다!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난 나이드는게 싫지 않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더 (정신상태가)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욕망, 세상의 시선에 덜 휩쓸리면서 좀 더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the 젊음 ㅋㅋㅋ 이지만, 나이가 좀 더 들면 쌩뚱맞은 건(예를 들면 댄스교실에 다니고 싶다, 뭐 이런거? ㅋㅋㅋㅋ) 욕심 부리지 않고 내 길을 온전히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posted by steadyoung
2011. 3. 25. 09:52 카테고리 없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읽기를 때려치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장 읽고, 2장 좀 읽다 말았나...
가장 큰 이유는 한국판으로 본 악마~ 프라~의 결말이 황당했다는 거.
그리고 좋은 문장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문장이 산만하고, 표현 방식이 이해가 안간다. 왜 이 소설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아마존에서 읽은 리뷰도 별로라는 평이 다수였다.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끝에만 봐서, 그런 결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였다. 영화는 재밌을 것 같지만 책은 허무함. 그냥 영화로 공부할 걸 괜히ㅡ_ㅡ;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걸 당연한 일. 그래도 난 단어 노가다(모르는 단어 전부 사전으로 뜻 찾기)를 싫어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편인데, 뒷 얘기가 궁금하고, 문장이 재밌고, 그래야 읽어나갈 힘이 생기지 이건 뭐...

그래도 첨에는 맘 고쳐먹고 다 읽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리딩연습과도 멀어질 것 같아서 과감히 때려치고(기분이 찜찜하긴 해도)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내 영어 실력이 '훨씬' 나아지면, 그 때 오기로라도 다시 악마프라를 읽기로 하고, 지금은 다른 책의 품으로~ 

그래서 고른 건 셜록홈즈 단편선. 길가다 서점에서 싸게 팔길래 샀다. 근데 무려 쳔페이지가 넘는다ㅋㅋㅋㅋ 예전에 빨간머리클럽 The red-headed league 를 수업교재로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꽤 재밌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도전! 그리고 난 추리물을 싸랑하니깐용!

오늘 잠깐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악마프라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문장이 깔끔하다 ㅠ.ㅜ 물론 모르는 단어도 많이 나오지만, 이야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만큼은 읽힌다. 모르는 단어도 거뜬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내가 눈독 들이고 있는 원서가 두 권 있는데(게다 둘 다 비싸다) 그 전에 사놓은 책이나 다 읽고... 하는 맘으로 자제하고 있다.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는다가 내 지론이긴 하나, 영어책은 속도도 더딘만큼 사놓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늘 자각하는게 좋겠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일본어판만 쏙 읽고 영어판은 고이 자고 있으니... 셜록홈즈 보고 정의란 무엇인가도 보고, 보고 또 보고..흑흑.

 
 




 
posted by steadyoung
2011. 3. 24. 11:58 카테고리 없음

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화요일부터 다시! 그것도 엄청! 추워졌다. 세탁소에 갈 예정이었던 코트와 파카들은 결국 집에 더 있게 됐다. 3월도 겨우 일주일 남았는데, 봄옷을 못입다니... 추위여 어서 물러가거라!!!

하지만 겨울이 갔다는 걸 실감할 때가 있다. 3월 들어 어느 날 부터 갑자기 해가 일찍 뜨기 시작하는 거다. 겨울내내 전철에서 내리고 일터로 가는 길과 가서 제법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어두컴컴했던 세상이, 이제 영등포를 지날 쯤에 날이 밝는다. 여름에는 집에서 막 나올 때 쯤 해가 밝았으니 자연스러운 일이건만 겨울 동안 새까만 어둠에 적응해서 그런지 전철에서 졸다가 밖을 내다보면 흠칫 놀란다. 어, 이거 지각한거 아니야?!!! 하면서.


그저께도 운동을 다녀왔다. 우후후훗! 그렇다. 나는 이제 정녕 운동녀인 것이다! 우하하. 내가 열심히 운동을 가는 이유는 체력과 다이어트를 위해서!!!!!!!!!! 지만............ 사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트레이너가 너무 좋아 >.< 
지금 다니는 헬스장은 2년 전에 처음 갔는데, 그 때 트레이너가 가르쳐준 운동을 지금도 하고 있다. 물론 그 사람이 특별한 운동을 가르쳐준 건 아니고, 헬스장이 정해놓은 루틴이므로 시간이 흘러 그 트레이너가 그만뒀어도 모두가 똑같은 운동을 하게 된다. 그 때 그 사람도 제법 친절한 편이었는데 지금 트레이너(중의 한 명)는 대박!@_@ 완전 참견쟁이다.

이런 생각 나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근력 운동을 하다보면 다소 민망한 자세를 취하게 되지 않음? ㅡ_ㅡ;? 근데 그 때 와서 말 걸고 자세 교정해주면 참 뭐랄까...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근데 이 트레이너는 운동을 하고 있으면 자꾸 와서 뭐라뭐라 하는거다. 물론 내 자세가 틀렸으니까 ㅠ.ㅜ 그런거지만. 첨엔 속으로 아 그냥 냅두지...하고 쭝얼거리기도 했는데, 기왕 운동하는 거 제대로 하는게 좋고, 또 이 트레이너는 매우 귀염둥이이므로ㅋㅋㅋㅋㅋㅋㅋ 어느샌가 와서 교정해주고(배워도 배워도 자세는 교정이 절 안된다) 새로운 운동 가르쳐주는데에 익숙해졌다. 누군가가 내가 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지적해주니 참 좋더라. 궁금한 거 물어보기도 하고. 물론 이쪽이 의욕이 있을 때 이야기지만.

그리고........... 트레이너들은 참 몸이 좋다.......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무척 조숙한ㅋㅋㅋㅋ 아이가 있었다. 대표적 일화. 당시 UN이라는 그룹이 막 데뷔했을 땐데, 그 그룹에 대한 나의 감상은 서울대 치대를 다니는 미소년과 그 옆에 뚱하게 있는 어떤 남자,였다. 근데 조숙한 아이가 그 뚱하게 있는 남자가 좋다는거다!!! 난 도무지 이해가 안되서 왜??? 하고 물었더니 그 친구 왈,

팔뚝이 굵잖아, 남잔 팔뚝이여~ 으흐흐흐흐흐흐흐흐

(나의 기억속에 이렇게 남아있다)

그리고 몇년이 흘러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가 요즘 헬스장 트레이너를 눈독 들이고 있고 그 후 결국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ㅋㅋㅋ 폭소했던 기억이, 그 트레이너를 볼 때 마다 떠오르는거다ㅋㅋㅋㅋㅋ 역시 그 친구는 보는 눈이 남달랐어. 그에 반해 내 남자 보는 눈은 참 소녀스럽기 짝이 없었다.

근데 한 두 살 씩 나이가 들자 몸 좋은 남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거다. 토욜 출근길에 무비위크를 사기 위해 들린 가판대에서 닉쿤이 헬스잡지 표지모델로 나온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넌 이렇게까지 안해줘도 되는데!!!! 하고 당황;;했다ㅋㅋㅋㅋ. 만원 빌렸는데 이십만원을 갚는 친구를 마주하면 당황스럽겠죠??? 그런 기분... (비유가 이상하다)

여튼 난 오늘도 운동하러 갈꺼다~ 나의 트레이너를 만나기 위해 우후후후후~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