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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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고등학교 때 친구 청첩장을 봤다. 웨딩화보 사진을 보는데 울컥 했다ㅋ 주변 친구들 결혼하면 통곡하겠네ㅋㅋㅋㅋ 음, 난 통곡해도 좋으니 어서 갈 사람은 갔으면 좋겠다ㅎㅎ
예전 회화시간에 결혼과 출산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내 입장은 할 사람은 하고 말 사람은 말고, 이다. 쌤의 입장은 결혼과 출산을 통해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고 인간의 본능인 자식을 남긴다는 행위가 어쩌고 ... 결국 결혼과 출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불행한 거다, 라는 결론이다. 그 때는 제대로 반박을 못해서 울화통이 치밀었는데(나도 참 속이 좁다ㅋㅋ) 뭐 물론 지금도 그런 얘기 들으면 괜히 불쾌하다. 왜지? 결혼과 출산을 못할 것 같은 내 미래에 대한 방어? ㅋㅋㅋㅋㅋㅋ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어디까지나, 한 평생 같이 살만한 사람과 만나서 같이 사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발상과는 정반대의 순서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결혼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자체가 목적이 아니니까.
아까 말을 뒤집으면 한 평생 같이 살아도 좋겠다, 혹은 설사 평생은 같이 못있는다 해도 지금 당장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 않는 한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일 필요가 크게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죽고 못사는 사랑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런 불나방 같은 짓은, 결혼할 사람이랑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바라는 건 친구같은 사람이다. 가치관과 환경이 엇비슷하고, 싫어하고 경멸하는 대상이 같으며
내가 속으로 비웃을 요소가 없는 사람. 보다 덜 속물적이면서 현실감 있는..뭐 그런 거? 물론 이런 뜬구름 잡는 이상형보다 차라리 연봉은 적어도 얼마고, 가정환경이 어쩌고 하는 객관적 지표를 따지는게 결혼의 길에 보다 가까운 듯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주변에 그냥 열심히 살고 있는 회사원 선배, 친구들을 보면 다들 건실하게 잘 살고 있으니 (실례되는 망상이나) 그들 중 누구와 결혼해도 그냥저냥 평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나는 성격상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잘 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냥 그게 내 결혼에 대한 로망이다. 친구같은 사람이랑 희희낙락 유유자적한 삶을 꾸리는거 말이다!!! 얼른 결혼해서 집 사고 안정된 삶을 살겠다는 로망이나 강동원이나 한가인과 결혼하겠다는 로망처럼 나는 결혼 상대 자체가 로망이지 결혼이 로망이 아니란 말이다. 아직 로망을 포기하기엔, 좀 어리다면 내가 지금 소위 사회적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처지라 철 덜든 발언일 수 있겠으나 ㅠ.ㅜ
결혼할 만한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평생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건 부럽지만 그냥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부럽진 않다. 그래도 모두가 결혼을 해버리고 혼자 남았을 때 쓸쓸하지 않으려면 내공이 필요하겠지 ㅠ.ㅜ
난 내공녀가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