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3. 12:23 카테고리 없음

7,8월은 학원가의 성수기라 불리지만 JLPT가 끝난 시점이라 나는 어~~~엄~~~처~~~엉 한가하다.한자 수업은 그나마 괜찮지만 JPT수업은 가끔 말도 안되게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들어줄 사람이 많은게 실은 젤 좋지.

작년엔 가만히 있는게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책을 읽기 좋은 기간'삼아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요 한두달 읽진 않고 사들이기만 해서 읽어치워야 할 책이 산더미ㅠ.ㅜ

읽고나서 간략히...라고 했는데 제법 길이는 있다; 감상문.

 1. 김현진 -그래도 언니는 간다

 고소영 주연의 영화 '언니는 간다'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B급 연애 탈출기)로 나의 심금을 울렸던 김현진의 에세이. 이거 후루룩 읽힌다. 월욜 아침에 다 읽었음;; 김현진이 갖고 싶다는 루이비통 스피디백을 내가 사주고 싶을 정도로!!! 언니 좋아용+_+ 일단 글이 잘 읽힌다. 재미가 있으니까 당연!! 알기 쉽게! 화끈하게!! 쉬리릭 써내려가는 능력은, 비정규직 관련 운동을 하는 행동력과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그 에너지 만큼 멋지다.

 나랑 생각이 (얼추) 비슷해서 좋다고 한다면, 김현진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재수없을까. 나는 당장의 내 눈 앞의 이익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지는 일에는 몸을 움츠렸고(지금도) 아낌없이 사랑을 퍼주는 건 주저하면서 그런 아낌없는 사랑은 받고 싶었다.

 그래도 쓰는 말 하나하나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나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내놓으면서 글을 쓰고 행동하는 김현진이 그저 대단할 뿐이다. 그저 나온 책이나 들춰보며 헤헤~하고 좋아하는 정도지만, 말이 좋아 에세이스트지 본인의 말마따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폼나게 살기 너무 팍팍한 글쟁이;;(그래서 늘 부업을 한다. 녹즙을 팔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김현진이 앞으로도꾸준히 책을 낼 수 있게! 사서 보고 널리 알려야지+_+

 2.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세익스피어&컴퍼니 - 제레미 머서

 캐나다의 어느 신문사 사회부 기자였던 제레미 머서가 비밀을 약속하기로 하고 정보를 제공받은 범죄자 이름을 책에 실었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무작정 파리로 피신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도 떨어져갈 무렵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가 세익스피어&컴퍼니 라는 서점을 발견하는데, 이 서점은 밥과 잠자리를 공짜로 제공해주는 공산주의자 조지가 수십년 간 운영해온 서점이다.
이 책, 논픽션임.

 벌써 아흔을 훌쩍 넘긴(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지는

 "둘러보게. 이 지구가 얼마나 부유한지. 그러나 유럽과 북미, 일본의 몇몇 사람들만 그 혜택을 즐기고 있고 나머지는 가난하고 배고픈 삶을 살고 있네. 하물며 깨끗한 물조차도 구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잖은가. 맞는 말이지? 사람들 대부분은 의문을 제기하려 들지도 않아. 그러나 최소한 나는 더 공평한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네."

 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참 냉전이 심할 때는 미국과 프랑스의 감시를 받으며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수십년을 꿋꿋하게 서점을 운영해오고 있다. 적자가 나지 않을만큼만 운영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장사에 소질과 수완이 있기에 가능한 일) 엄청난 절약정신을 발휘해 서점을 찾아온 낯선 이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물론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고 글도 쓰라고 뭐라 하기도 한다ㅋㅋ).

 나는 잘 모르는 서양의 유명한 작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서점을 거쳐간 듯 하고 그가 바라던 대로 오랫만에 재회한 딸이 서점을 물려받기 위해(그 책이 쓰여진 시점에서는) 고분분투하는 중. 덕분에 서점도 훨씬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 됐다고 에필로그에 적혀있다.

 근데 사실 내가 제일 재밌어했던 부분은 조지라는 아저씨의 변덕이 죽 끓는 듯한 성격인데, 저렇게나 훌륭하고 이상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서점을 운영해오면서 좋게 말하면 생각을 고쳐먹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변절- 그런 거 하나 없이 버텨온 끝내주는 뚝심도 알겠고, 아흔인데도 여전히 소년같고 그래서 섹시하다는(뭐 작자가 딱 그렇게 묘사를 한 건 아니지만 요는 그렇다는 얘기ㅋ) 말도 이해가 간다.

 근데 한푼이라도 아껴야한다면서 쥐들이 이백프랑 짜리 지폐들로 집 지을 때 까지 별 관심도 없고ㅋ 부인과 이혼하고 대학교를 다니는 딸이 있는데도 이십대 초반의 처녀에게 또! 마음이 동해 수줍게 고백하는 모습하며, 낯선 이들에게 혹하면서도 익숙한 이들이 떠나는 걸 원치않는 이중성도 그렇고.

철없어 보이는 면들이 낯선이들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유연성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데 주저없는 열정이 책방을 열성적으로 꾸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고.   

 사실 단점은 장점이 이름만 살짝 바꾼 샴쌍둥이 같은건데 예전같으면 누군가의 단점이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깎아먹어서 금새 위선자라고 생각하거나 별로라고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장점이 반짝반짝 빛나보이는게 결국 인간의 매력이란 걸 알겠다. 완전무결 단점 하나 없고 그럼 그게 인간이야? 로보트지;; 그걸 또 짜증내면서도 결국은 조지의 인간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덤덤하게 묘사해 나가는 제레미머서도 멋졌다. 멋진 걸(조지&서점) 멋지게 담아냈으니(제레미머서) 멋진 책이 된거지.

 나도 누군가의 단점으로 섣불리 그 사람을 놔버리는 짓을 하면 안되는데. 그 단점이 변!신!해서 장점으로 활약할 순간을 볼 때 까지 참아낼 수 있는 인간이 되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냥 단순히!!! 
아직도 세계를 돌아다닐 꿈을 접지 않았는데ㅋㅋ 파리에 가면 꼭 여기 가봐야지! ㅋㅋㅋㅋㅋ   

posted by steadyoung
2011. 7. 12. 09:10 카테고리 없음

결혼하려는 커플들이 물가가 올라서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꺅꺅 하고 환호해 마지 않는 선배가 대장정이 될 일본 유학에 오르기 전,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몇 년간 돈을 못벌테니까 못하고~ 하길래 내심 왜 못하지?했다. 결혼은 서류의 문제아닌가... 주변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고 싶으면 조촐하게 올리면 되는거 아닌가... 같이 사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드나?? 안살아봐서 모르겠단 생각만 계속.

내가 예전에 친구랑 둘이 살았던 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45만원, 관리비가 2만원이었는데 깨끗하고 햇볕도 잘 들고 습기도 안차는 2층 방이었다. 방도 큼지막해서 둘이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 나는 생각하는데;; 좁긴 해도 베란다에 세탁기도 놓을 수 있었고, 화장실도 욕조는 없는데 그런거 있어봤자 뭐 쓰지도 않음;; 대학가였던 점을 고려해도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둘이 나눠내면 그 땐 대학생이었으니까 좀 빡빡했어도 지금같은 수입이 있으면 그 정도 못낼 건 없지. 
(아! 내가 결혼할 만큼 기나긴 세월이 흐르면 당연히 저 월세와 보증금도 껑충 뛰려나 ㅠ.ㅜ)

그냥 그런데에 방 하나 얻어놓고 같이 살면 되는거 아닌가. 옵션으로 에어컨도 있겠다 가스렌지도 있었고 큼지막한 냉장고도 있었고 공용으로 안써도 되는ㅠ.ㅜ 세탁기도 있었고~ 어차피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엘씨디가 뭐가 필요하고, 그 밖에 가구나 가전제품은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중고로 구하거나 집에서 쓰던거 좀 가져오거나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오히려 혼자 살 때 보다 지출은 줄고 수입은 느니까 같이 벌어서 모아서 필요에 따라 이사를 가거나 살림을 늘리거나 하면 될텐데- 하고 생각하는 내가 철이 없는건가? 그야 나도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만 하면~! 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살림을 차리고 볼 깡은 이미 사라졌을 만큼 현실적인 구석이 충만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역시 뭘 모르는건가? 

그야 돈이 아예 안들진 않겠지만~ 둘이 살림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치고 그렇게 엄청나게 들거 같진 않던데, 나의 엉성한 계산실력으로는!!!!! 결혼식도 뭐 이 사람 저 사람 부를 거 없이(어차피 나는 그런 광대한 인맥도 없고), 랄까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 오는거 달갑지 않은데... 그래도 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으니깐 대충 예쁜거 입고 화창한 날 야외에 가서 바주카포 같은 카메라 갖고 있는 사진 잘 찍는 친구한테 왕창 찍어 달래서 그 때 겸사 겸사 식 치뤄버리면 안되는건가.. 주례 같은 것도, 한복 입고 그런것도 다 필요 없는데 ㅠ.ㅜ

뭐가 그렇게 어렵지. 그냥 남 눈치 안보고 좋은대로 살면 그만인데. 그런 날 두고 니가 아직 뭘 모른다 그러면 진짜 난 안살아봤으니 모른다고~ 라고 입을 쭉 내미는 수 밖에 없다. 연애도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져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도 못하는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는 것도 모든 걸 갖춰놓은 상태에서 하려면 당연히 허리가 폴더폰처럼 휘겠지. 

내가 결혼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겠고, 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상대방이 내 이런 생각에 대강 공감하고 동의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체면이 있지~ 남들 눈이 있지~ 하고 비싸게 밀어부치면 나는 또 귀도 얇고 상대방한테 맞추려는 구석이 있어서 쭐레쭐레 따라할텐데. 
랄까 그렇게 무리하게 만드는 사람이면 애초에 결혼을 안하려나, 하려다 그건 또 모르지;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고.

아흐 복잡해. 


      
posted by steadyoung
2011. 7. 6. 11:03 카테고리 없음

월욜에 친구 만나러 신촌에 갔다. 북오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3번 출구로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부터 엄청난 볼륨으로 들려오는 찬송가.
점점 더 커지길래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더니 주 예수를 믿으라 등등의 말이 쓰여져 있는 흰색 차량이 보였다.

차가 내가 있는 쪽으로 전진할수록 당연히 찬송가 볼륨은 더욱 커졌고 내 짜증지수도 쑥쑥 올라갔다. 고개를 휙 틀어 차를 노려보자 그 안에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날 쳐다보며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것이다.

 아!!!

이 짧은 순간에 이렇게까지 맹렬하게 적의에 사로잡힌 적이 요 몇년 새 있었나? 내가 좀 더 공격적인 인간이었다면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세웠을텐데 나는 상식이 있고 대중이 두려운 보통 인간인지라 달랠 길 없는 분노를 삭이며 그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건 정말 미풍양속을 해치는 행위이며 소음 공해를 유발하고 있으니 경찰이 어떻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그런 방법 밖에 생각못해내는 그 센스 없음을 탓하기엔 너무 아저씨라 그렇다 치고, 그렇게 거리 한복판 에서 민폐를 끼쳐도 된다는 몰지각함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posted by steadyoung
2011. 7. 1. 09:57 카테고리 없음

1. 그저께 길을 가다가 넘어졌다. 종로에서... 그것도 정말 거짓말처럼 대자로 뻗었다. 뻗기 전에 적당히 허우적도 댔다. 허공에 내 긴 팔을 휘적휘적 대며... 입고 있던 치마가 훌러덩 허벅지 위로 올라갔다. 즉, 팬티도 보였을 것이다.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가방안에 내용물이 쏟아졌다. 온 몸을 아스팔트에 부딪혔으니 지금도 아프다. 왼쪽 허벅지, 팔, 머리가 골고루 아프다... 그래도 멍이 안들었으니 다행인가...

넘어진 뒤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친구(왜 자기가 미안해하지!? 못잡아줘서 미안하다던데!! 귀엽게시리!!) 옆에서 꽤 오랫동안 부끄러워했다.
아흑~ 왜 넘어지고 그랬담~ 흑흑 물론 길 한복판에 그런 동그란 구멍을 뚫어놓은 게 정말 이해가 안되지만!! 뭐 다들 안넘어지는데 나만 넘어졌으니 흑

쨌든 이런 얘기는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고 다녀야한다. 더이상 팔릴 쪽이 없어질때까지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는지, 어찌나 쪽팔렸는지를 과장과 오바를 듬뿍 넣어서 듣는 사람이 마구마구 낄낄대도록 만들어야, 그래야 웃기고 즐거운 추억으로 승화된다ㅋㅋㅋㅋ


2. 넘어지고 나서 전철을 타러 갔는데 유난히 인천행이 안오는거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뎌 왔나보다 하고 열차를 탔다. 이윽고 신도림에 도착해서 먼저 내리는 남자친구 뒤통수를 바라보는데 그 순간 들려오는 안내 말씀, 천안행 열차... 제길! 하고 나도 얼른 내렸다. 근데 무슨 인천행이 용산에 있어~!! 그럼 차라리 동인천 급행을 타야겠군, 하고 다른 홈으로 갔는데 사람 완전 많다... 왜들 이러지? 원래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나? 뭐 적을 시간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하고 보니 월계역 구간에 산사태가 나서 전철 운행이 지연 어쩌구 저쩌구;; 이미 전철엔 사람이 한가득이었는데 나는 용감하게 미어터지는 전철 안에 내 몸을 밀어넣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내 앞에 등돌리고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의 영화 자막이 읽히더라. 외국 영화였는데 훤칠하고 몸 좋은 남자와 눈코입 크고 예쁜 여자가 나왔다. 정말 이건 같이 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좁은 거리였는데 갑자기 이 앞 분이 내게 영화를 안보여주시는 거다! 지만 쏙 보게끔 화면을 교묘하게 가리며 힐끔힐끔 보는데,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며 대체 뭐가 나오길래 하며 화면을 노려봤다.

침대 위에서 남자와 여자가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안보여준거야? ㅋㅋ
얼굴도 안보이고 목덜미만 보이는 그 남자분이 갑자기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ㅋ
왜!!!! 그런거일수록 보여달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장면이 끝나자 다시 내게 화면을 들이밀듯 여유롭게 감상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거 아닌데 왤케 웃겼지ㅎㅎ

3.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고 사준 책이 어제 집에 도착했다. 그 중에 한 권이 김현진의 '그래도 언니는 간다' 였다. <누구의 여자도 되지 마라> 였나? 그걸 폭풍 감동으로 본 뒤에 본 건데 이건 더 좋다 ㅠ.ㅜ 언니는 정말 가고 있더라. 루이비통 스피디백을 내가 사주고 싶을 정도로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책을 사는 거 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책을 내줬으면 좋겠다.
 
4. 좀 있으면 회의를 한다. 어디 학원이나 늘 영어가 메인이기에 안그래도 별 할 말이 없는데 나는 특히 불만도 건의사항도 거의~ 없다. 그래서 도무지 회의의 필요성을 못느끼겠다. 근데 도대체 왜 한달에 두번이나 하는거지. 나는 벙어리처럼(내가 학원에서 제일 어리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작년에 몇 번, 불만은 아니고 건의사항으로 가장 성수기인 방학 시간대에 왜 도대체 사람도 별로 안듣는 수업을 해야하는건지, 그냥 쭉 JLPT로 가지! 하는 얘기를 저녁 쌤과 부장님과 실장님과 한 적이 있는데 뭘 구체적으로 다 정해도 결국 '그거 안되겠더라구요' 하고 끝나버리니 나야 뭐 더 이상 힘을 쓸 도리가 없다. 사실 난 그렇게 안해도 그만이다. 사람 별로 안들으면 난 그 시간에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으면 되거든. 여기저기 전전해서 일하면서 든 생각인데 나 같은 말단이 뭘 건의해도 다들 무반응이다. 무반응이면 다행이게~ 니가 뭘 알아~ 한다. 그럼 나는 그러게 내가 뭘 알아~ 싶다. 한국의 어떤 곳에서 회의란, 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거지 내가 발언의 기회를 갖는 곳이 아니라는 걸, 직장생활을 맘잡고 한 건 아니지만 그냥 알겠더라고.

뭘 더 열심히 해야하나. 무반응로 앉아있는 내 옆에서 경력 오~래되신 분들이 열정적으로 건의하고 얘기할 때 마다 나는 내 열정없음을 탓해보기도 한다. 아 나도 막 까폐 개설하고 그래야하나......뭔가 더 안절부절 애걸복걸 전전긍긍 열심히 해야하나....
근데.....귀찮게시리.
공부는 혼자 하는 것임....특히 나 같은 시험 과목은.. 배 째... 뭐 그런거.

나는 내 시급에 부족함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밖에 안쑥스럽지만, 수업 듣고 잘 가르쳐주신다고,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실은 수강생 자체가 별로 없으니 많아 봤자다). 당연하지. 내가 근 10년을 공부했고 때때로 가르쳤던 언어다. 작년에 수업 처음한다고 야후재팬을 헤집으면서 설명과 유례와 예문을 찾아 돌아댕겼다. 시급 이상으로 일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고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하기는 아까보다 좀 더 쑥스러우니 그냥 그 정도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내가 수강생에 비례해서 페이를 받는다면 나도 좀 더 적극적이 됐을수도 있다. 그런 미래를 막연히 상상할 때도 있지. 좀 더 이름있는 큰 학원으로 옮겨서 좀 더 일을 크게 벌려보자면 그럴수도 있고, 나는 소위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 싶다. 내가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JLPT 강사가 된 건 아니다. 오전에 일해보고도 싶었고, 많진 않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도 싶었고, 가르치는게 재미도 있었고, 그래서 가르치게 됐으니 받는 돈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전 일 말고도 영어 공부도 해야하고 나의 귀여운 아이들을 상대해야하고 남자친구도 만나야 되고 중간중간에 책도 읽어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야하는데. 뭘 그 하나에 매달려서 열정적으로.. .막 그래야해? 

오늘 회의 가면 또 멀뚱멀뚱 앉아있다가 언제 끝나나 기다리다 올것이다. 그래도 내가 그 시간에 시급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앉아있어야해! 하며 생각하지 않는게 어디야. 빨리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책도 읽고 빨래도 걷다가 남자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야지.


posted by steadyoung
2011. 6. 20. 08:45 카테고리 없음

엄밀히 말하면 '대학생'난리다.
모든 청춘이 대학생인 건 아니므로.

반값 등록금이라고 사회가 시끌벅적하고 서점가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다. 서울대에서 인기 강의 어쩌구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 거부감이들었지만 뭐 베스트 셀러에는 항상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점에서 후루룩 들춰봤는데 내가 읽기엔 좀, 가볍달까. 같은 20대여도 책을 읽고 공감하기에 나는 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 ㅠ.ㅜ

 게다가 그래도 '먹물'이라 으스대고 싶은건지 좀 더 분석적으로 쓰여졌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궁금한 건 필자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그 다음 부분, 혹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논리나 근거인데 그런 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스르륵 지 하고픈 말만 적어놓은 걸 보니 이 책은 '20대'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대학생, 그것도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했거나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접어들기 전 혼란과 방황의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참고도서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나는 필자의 말에 크게 동의하는 편이다)

그 책 보다는 얼마전에 읽은 엄기호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가 훨씬 유익했노라 말하고 싶다. 엄기호씨의 책과 함께 되짚어보면 좋을 사건(?)이 김예슬양의 고려대 거부 사건. 다들 그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그걸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뭘 이제와서, 였다.

사실은 저도 그 김예슬 양의 선언이 불편했는데. 위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경쟁에 쫓기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느낌(그럴 맘은 물론 전혀 없겠지만)이 들더라구요. 누군 안그러고 싶었을 거 같아? 버럭!! 이런 느낌. 글쎄요, 괜한 죄책감일수도 있고, 정치적 도덕적 열등감일 수도 있고.

-이건 예전에 룰루님 블로그에 포스팅된 엄기호씨 책 감상문에 썼던 내 댓글인데, 엄기호씨 책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20대들이 제법 있다는 걸 알았다. 난 또 나혼자 베베꼬인 줄 알았지. 386세대가 쌍수 들고 환영했던 그 순수한(과연?!) 마음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대학거부 사건을 바라본 내 사고방식의 배경과 논리를 알 수 있게 됐달까ㅋㅋ

대학을 자퇴하는 사람들은 참 많고, 그 중에 너무너무 다니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장학금 받아서 다녀라 알바를 해라, 하는 소리가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알기에 나는 그저 그들이 한없이 안타깝다. 사람이 노력으로 어떻게든 되는 상황이 있고,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대학을 마칠 수 있게끔 버텨준 부모님과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든 졸업 후 학자금을 갚든 여튼 무사히 졸업장을 딴 나 자신, 그리고 그럴 수 있던 내 상황에 총체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나도 나 혼자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때 누군가 나에게 그래도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 하고 말했으면 그 사람 얼굴에 손톱자국을 냈을지도 모르지만...ㅋㅋㅋ 돌이켜보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노력은 당연한 것이므로 운의 문제다).

예슬양처럼 공부를 잘 한 건 아니어도, 그래서 고려대에는 못갔을지언정 자기자리에서 황새 따라가는 뱁새 기분-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내 상황에 주제넘은 건 아닐까 하는-을 참아내며 묵묵히 살아가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있다. 물론 고려대라는 학벌로 얻을 단꿀을 벅차고 나온 용기는 대단하고 그 행동 또한 숭고하다고 생각하기에 예슬양이 아직 사회를 모른다고, 철없다고 손가락질하거나 비아냥댈 마음은 일절 없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잖아. 예슬양은 고려대니까 주목받은거지. 그 외에 학생이 어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학교 앞에 대자보를 붙였다해서 기자분들이 과연 기사나 써줬을까.

내가 안타까운 건 고대를 걷어차고 나온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만큼 제자리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줬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저 진실한 사랑을 모르네 정치에 관심이 없네 속물이네 편한 일만 하려 하네 하며 싸잡아 비난 하는 기성세대들의 오만한 사고방식. 짜증을 내기도 이제 지쳤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20대는 기성세대들의 통제와 훈육의 대상이 아니기에, 20대의 이야기 들을 자세도 좀 고쳐먹고 성장하라 외쳐대는 기성세대들의의 성장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기네들도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겨, 우리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하지만 주류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는 20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내가 생각하기엔 꽤 생생하다) 엄기호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엄기호씨 책도 여기저기서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만큼 화제가 되진 않는다.아마도 엄기호씨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기 때문일테지 ㅡㅡ^ 내가 이 책을 대학생 때 읽었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보다 훨씬 위로 받았을테다. 상황이야 별로 나아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일들을 겪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보다 맘이 편해졌겠지.

엄기호씨의 책에 나오는 20대가 우리나라 20대를 전부 아우르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꼭 전체를 대변하거나 대안을 내놓을 필요는 없으므로. 그저 이렇게 사회 각계 각층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들려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 건강한 사회는 결국 나를 건강하게 하므로 굉장히 이기적인 욕심이다ㅎㅎ

지금 나는 (아직도 수련이 필요하지만) 남들 말과 시선에 적당히 신경을 끌 수도 있게 됐고, 신경이 쓰여도 마음을 제법 달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저 내 후배 뻘, 조금 시간이 흐르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먼 미래에는(아 멀지는 않나...ㅡ_ㅡ;;) 내 아이들이 조금만 덜 힘들게 조금만 더 자유롭게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맘이다.

그런 사회가 또한 나를 자유케 하리라. ㅋㅋㅋㅋㅋ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