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2. 09:10 카테고리 없음

결혼하려는 커플들이 물가가 올라서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꺅꺅 하고 환호해 마지 않는 선배가 대장정이 될 일본 유학에 오르기 전,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몇 년간 돈을 못벌테니까 못하고~ 하길래 내심 왜 못하지?했다. 결혼은 서류의 문제아닌가... 주변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고 싶으면 조촐하게 올리면 되는거 아닌가... 같이 사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드나?? 안살아봐서 모르겠단 생각만 계속.

내가 예전에 친구랑 둘이 살았던 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45만원, 관리비가 2만원이었는데 깨끗하고 햇볕도 잘 들고 습기도 안차는 2층 방이었다. 방도 큼지막해서 둘이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 나는 생각하는데;; 좁긴 해도 베란다에 세탁기도 놓을 수 있었고, 화장실도 욕조는 없는데 그런거 있어봤자 뭐 쓰지도 않음;; 대학가였던 점을 고려해도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둘이 나눠내면 그 땐 대학생이었으니까 좀 빡빡했어도 지금같은 수입이 있으면 그 정도 못낼 건 없지. 
(아! 내가 결혼할 만큼 기나긴 세월이 흐르면 당연히 저 월세와 보증금도 껑충 뛰려나 ㅠ.ㅜ)

그냥 그런데에 방 하나 얻어놓고 같이 살면 되는거 아닌가. 옵션으로 에어컨도 있겠다 가스렌지도 있었고 큼지막한 냉장고도 있었고 공용으로 안써도 되는ㅠ.ㅜ 세탁기도 있었고~ 어차피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엘씨디가 뭐가 필요하고, 그 밖에 가구나 가전제품은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중고로 구하거나 집에서 쓰던거 좀 가져오거나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오히려 혼자 살 때 보다 지출은 줄고 수입은 느니까 같이 벌어서 모아서 필요에 따라 이사를 가거나 살림을 늘리거나 하면 될텐데- 하고 생각하는 내가 철이 없는건가? 그야 나도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만 하면~! 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살림을 차리고 볼 깡은 이미 사라졌을 만큼 현실적인 구석이 충만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역시 뭘 모르는건가? 

그야 돈이 아예 안들진 않겠지만~ 둘이 살림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치고 그렇게 엄청나게 들거 같진 않던데, 나의 엉성한 계산실력으로는!!!!! 결혼식도 뭐 이 사람 저 사람 부를 거 없이(어차피 나는 그런 광대한 인맥도 없고), 랄까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 오는거 달갑지 않은데... 그래도 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으니깐 대충 예쁜거 입고 화창한 날 야외에 가서 바주카포 같은 카메라 갖고 있는 사진 잘 찍는 친구한테 왕창 찍어 달래서 그 때 겸사 겸사 식 치뤄버리면 안되는건가.. 주례 같은 것도, 한복 입고 그런것도 다 필요 없는데 ㅠ.ㅜ

뭐가 그렇게 어렵지. 그냥 남 눈치 안보고 좋은대로 살면 그만인데. 그런 날 두고 니가 아직 뭘 모른다 그러면 진짜 난 안살아봤으니 모른다고~ 라고 입을 쭉 내미는 수 밖에 없다. 연애도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져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도 못하는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는 것도 모든 걸 갖춰놓은 상태에서 하려면 당연히 허리가 폴더폰처럼 휘겠지. 

내가 결혼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겠고, 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상대방이 내 이런 생각에 대강 공감하고 동의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체면이 있지~ 남들 눈이 있지~ 하고 비싸게 밀어부치면 나는 또 귀도 얇고 상대방한테 맞추려는 구석이 있어서 쭐레쭐레 따라할텐데. 
랄까 그렇게 무리하게 만드는 사람이면 애초에 결혼을 안하려나, 하려다 그건 또 모르지;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고.

아흐 복잡해.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