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3. 12:23 카테고리 없음

7,8월은 학원가의 성수기라 불리지만 JLPT가 끝난 시점이라 나는 어~~~엄~~~처~~~엉 한가하다.한자 수업은 그나마 괜찮지만 JPT수업은 가끔 말도 안되게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들어줄 사람이 많은게 실은 젤 좋지.

작년엔 가만히 있는게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책을 읽기 좋은 기간'삼아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요 한두달 읽진 않고 사들이기만 해서 읽어치워야 할 책이 산더미ㅠ.ㅜ

읽고나서 간략히...라고 했는데 제법 길이는 있다; 감상문.

 1. 김현진 -그래도 언니는 간다

 고소영 주연의 영화 '언니는 간다'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김현진의B급 연애 탈출기)로 나의 심금을 울렸던 김현진의 에세이. 이거 후루룩 읽힌다. 월욜 아침에 다 읽었음;; 김현진이 갖고 싶다는 루이비통 스피디백을 내가 사주고 싶을 정도로!!! 언니 좋아용+_+ 일단 글이 잘 읽힌다. 재미가 있으니까 당연!! 알기 쉽게! 화끈하게!! 쉬리릭 써내려가는 능력은, 비정규직 관련 운동을 하는 행동력과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그 에너지 만큼 멋지다.

 나랑 생각이 (얼추) 비슷해서 좋다고 한다면, 김현진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재수없을까. 나는 당장의 내 눈 앞의 이익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지는 일에는 몸을 움츠렸고(지금도) 아낌없이 사랑을 퍼주는 건 주저하면서 그런 아낌없는 사랑은 받고 싶었다.

 그래도 쓰는 말 하나하나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나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내놓으면서 글을 쓰고 행동하는 김현진이 그저 대단할 뿐이다. 그저 나온 책이나 들춰보며 헤헤~하고 좋아하는 정도지만, 말이 좋아 에세이스트지 본인의 말마따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폼나게 살기 너무 팍팍한 글쟁이;;(그래서 늘 부업을 한다. 녹즙을 팔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김현진이 앞으로도꾸준히 책을 낼 수 있게! 사서 보고 널리 알려야지+_+

 2.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세익스피어&컴퍼니 - 제레미 머서

 캐나다의 어느 신문사 사회부 기자였던 제레미 머서가 비밀을 약속하기로 하고 정보를 제공받은 범죄자 이름을 책에 실었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무작정 파리로 피신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도 떨어져갈 무렵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가 세익스피어&컴퍼니 라는 서점을 발견하는데, 이 서점은 밥과 잠자리를 공짜로 제공해주는 공산주의자 조지가 수십년 간 운영해온 서점이다.
이 책, 논픽션임.

 벌써 아흔을 훌쩍 넘긴(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지는

 "둘러보게. 이 지구가 얼마나 부유한지. 그러나 유럽과 북미, 일본의 몇몇 사람들만 그 혜택을 즐기고 있고 나머지는 가난하고 배고픈 삶을 살고 있네. 하물며 깨끗한 물조차도 구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잖은가. 맞는 말이지? 사람들 대부분은 의문을 제기하려 들지도 않아. 그러나 최소한 나는 더 공평한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네."

 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참 냉전이 심할 때는 미국과 프랑스의 감시를 받으며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수십년을 꿋꿋하게 서점을 운영해오고 있다. 적자가 나지 않을만큼만 운영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장사에 소질과 수완이 있기에 가능한 일) 엄청난 절약정신을 발휘해 서점을 찾아온 낯선 이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물론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고 글도 쓰라고 뭐라 하기도 한다ㅋㅋ).

 나는 잘 모르는 서양의 유명한 작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서점을 거쳐간 듯 하고 그가 바라던 대로 오랫만에 재회한 딸이 서점을 물려받기 위해(그 책이 쓰여진 시점에서는) 고분분투하는 중. 덕분에 서점도 훨씬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 됐다고 에필로그에 적혀있다.

 근데 사실 내가 제일 재밌어했던 부분은 조지라는 아저씨의 변덕이 죽 끓는 듯한 성격인데, 저렇게나 훌륭하고 이상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서점을 운영해오면서 좋게 말하면 생각을 고쳐먹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변절- 그런 거 하나 없이 버텨온 끝내주는 뚝심도 알겠고, 아흔인데도 여전히 소년같고 그래서 섹시하다는(뭐 작자가 딱 그렇게 묘사를 한 건 아니지만 요는 그렇다는 얘기ㅋ) 말도 이해가 간다.

 근데 한푼이라도 아껴야한다면서 쥐들이 이백프랑 짜리 지폐들로 집 지을 때 까지 별 관심도 없고ㅋ 부인과 이혼하고 대학교를 다니는 딸이 있는데도 이십대 초반의 처녀에게 또! 마음이 동해 수줍게 고백하는 모습하며, 낯선 이들에게 혹하면서도 익숙한 이들이 떠나는 걸 원치않는 이중성도 그렇고.

철없어 보이는 면들이 낯선이들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유연성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데 주저없는 열정이 책방을 열성적으로 꾸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고.   

 사실 단점은 장점이 이름만 살짝 바꾼 샴쌍둥이 같은건데 예전같으면 누군가의 단점이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깎아먹어서 금새 위선자라고 생각하거나 별로라고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장점이 반짝반짝 빛나보이는게 결국 인간의 매력이란 걸 알겠다. 완전무결 단점 하나 없고 그럼 그게 인간이야? 로보트지;; 그걸 또 짜증내면서도 결국은 조지의 인간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덤덤하게 묘사해 나가는 제레미머서도 멋졌다. 멋진 걸(조지&서점) 멋지게 담아냈으니(제레미머서) 멋진 책이 된거지.

 나도 누군가의 단점으로 섣불리 그 사람을 놔버리는 짓을 하면 안되는데. 그 단점이 변!신!해서 장점으로 활약할 순간을 볼 때 까지 참아낼 수 있는 인간이 되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냥 단순히!!! 
아직도 세계를 돌아다닐 꿈을 접지 않았는데ㅋㅋ 파리에 가면 꼭 여기 가봐야지! ㅋㅋㅋㅋㅋ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