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0. 08:45 카테고리 없음

엄밀히 말하면 '대학생'난리다.
모든 청춘이 대학생인 건 아니므로.

반값 등록금이라고 사회가 시끌벅적하고 서점가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다. 서울대에서 인기 강의 어쩌구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 거부감이들었지만 뭐 베스트 셀러에는 항상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점에서 후루룩 들춰봤는데 내가 읽기엔 좀, 가볍달까. 같은 20대여도 책을 읽고 공감하기에 나는 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 ㅠ.ㅜ

 게다가 그래도 '먹물'이라 으스대고 싶은건지 좀 더 분석적으로 쓰여졌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궁금한 건 필자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그 다음 부분, 혹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논리나 근거인데 그런 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스르륵 지 하고픈 말만 적어놓은 걸 보니 이 책은 '20대'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대학생, 그것도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했거나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접어들기 전 혼란과 방황의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참고도서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나는 필자의 말에 크게 동의하는 편이다)

그 책 보다는 얼마전에 읽은 엄기호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가 훨씬 유익했노라 말하고 싶다. 엄기호씨의 책과 함께 되짚어보면 좋을 사건(?)이 김예슬양의 고려대 거부 사건. 다들 그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그걸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뭘 이제와서, 였다.

사실은 저도 그 김예슬 양의 선언이 불편했는데. 위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경쟁에 쫓기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느낌(그럴 맘은 물론 전혀 없겠지만)이 들더라구요. 누군 안그러고 싶었을 거 같아? 버럭!! 이런 느낌. 글쎄요, 괜한 죄책감일수도 있고, 정치적 도덕적 열등감일 수도 있고.

-이건 예전에 룰루님 블로그에 포스팅된 엄기호씨 책 감상문에 썼던 내 댓글인데, 엄기호씨 책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20대들이 제법 있다는 걸 알았다. 난 또 나혼자 베베꼬인 줄 알았지. 386세대가 쌍수 들고 환영했던 그 순수한(과연?!) 마음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대학거부 사건을 바라본 내 사고방식의 배경과 논리를 알 수 있게 됐달까ㅋㅋ

대학을 자퇴하는 사람들은 참 많고, 그 중에 너무너무 다니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장학금 받아서 다녀라 알바를 해라, 하는 소리가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알기에 나는 그저 그들이 한없이 안타깝다. 사람이 노력으로 어떻게든 되는 상황이 있고,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대학을 마칠 수 있게끔 버텨준 부모님과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든 졸업 후 학자금을 갚든 여튼 무사히 졸업장을 딴 나 자신, 그리고 그럴 수 있던 내 상황에 총체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나도 나 혼자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때 누군가 나에게 그래도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 하고 말했으면 그 사람 얼굴에 손톱자국을 냈을지도 모르지만...ㅋㅋㅋ 돌이켜보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노력은 당연한 것이므로 운의 문제다).

예슬양처럼 공부를 잘 한 건 아니어도, 그래서 고려대에는 못갔을지언정 자기자리에서 황새 따라가는 뱁새 기분-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내 상황에 주제넘은 건 아닐까 하는-을 참아내며 묵묵히 살아가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있다. 물론 고려대라는 학벌로 얻을 단꿀을 벅차고 나온 용기는 대단하고 그 행동 또한 숭고하다고 생각하기에 예슬양이 아직 사회를 모른다고, 철없다고 손가락질하거나 비아냥댈 마음은 일절 없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잖아. 예슬양은 고려대니까 주목받은거지. 그 외에 학생이 어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학교 앞에 대자보를 붙였다해서 기자분들이 과연 기사나 써줬을까.

내가 안타까운 건 고대를 걷어차고 나온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만큼 제자리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줬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저 진실한 사랑을 모르네 정치에 관심이 없네 속물이네 편한 일만 하려 하네 하며 싸잡아 비난 하는 기성세대들의 오만한 사고방식. 짜증을 내기도 이제 지쳤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20대는 기성세대들의 통제와 훈육의 대상이 아니기에, 20대의 이야기 들을 자세도 좀 고쳐먹고 성장하라 외쳐대는 기성세대들의의 성장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기네들도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겨, 우리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하지만 주류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는 20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내가 생각하기엔 꽤 생생하다) 엄기호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엄기호씨 책도 여기저기서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만큼 화제가 되진 않는다.아마도 엄기호씨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기 때문일테지 ㅡㅡ^ 내가 이 책을 대학생 때 읽었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보다 훨씬 위로 받았을테다. 상황이야 별로 나아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일들을 겪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보다 맘이 편해졌겠지.

엄기호씨의 책에 나오는 20대가 우리나라 20대를 전부 아우르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꼭 전체를 대변하거나 대안을 내놓을 필요는 없으므로. 그저 이렇게 사회 각계 각층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들려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 건강한 사회는 결국 나를 건강하게 하므로 굉장히 이기적인 욕심이다ㅎㅎ

지금 나는 (아직도 수련이 필요하지만) 남들 말과 시선에 적당히 신경을 끌 수도 있게 됐고, 신경이 쓰여도 마음을 제법 달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저 내 후배 뻘, 조금 시간이 흐르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먼 미래에는(아 멀지는 않나...ㅡ_ㅡ;;) 내 아이들이 조금만 덜 힘들게 조금만 더 자유롭게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맘이다.

그런 사회가 또한 나를 자유케 하리라. ㅋㅋㅋㅋㅋ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