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요일
월요일 부터 일하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검은 바지와 검은 신발을 사러 나갔다. 검은 바지와 검은 신발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 챙겨가는 것도 좋다-는 얘기를 워킹 책자에서 읽있는데 수화물 무게를 생각해서 '가서 사야지'하고 가벼이 무시했건만. 가져오는게 좋을 뻔 했어 ㅠ.ㅜ 비싸!!!
고민 끝에 just jeans 라는 곳에서 검은 일자 바지와 옅은 청 스키니진ㅋㅋ을 샀다. 하나는 70불인데 두 벌 사면 100불한다길래 눈 딱 감고 카드 긁었다ㅎㅎ 점원이랑 얘기하면서 뭔가를 산 건 거의 처음이라 너무너무 떨렸다;; 이쪽은 소비자니깐 내가 영어를 하던 못하던 당당하게 굴면 되는 건 머리로만 아는 얘기고. 원체 잘 쪼는 성격이라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게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ㅠ.ㅜ
신발은 croks였나? 여튼 한국에서도 좀 전에 유행했던, 그 뭐랄까... 큼지막한 욕실 슬리퍼처럼 생긴...도무지 사람들이 왜 신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가 안갔던... 그 신발을 보러 갔다. 그게 안미끄러지고 좋다고 해서. 근데 대략 70불;; 사실 사자면 살 수 도 있었는데 사이즈가 없었다; 나는 '7(240~245)'을 신어야하는데 7만 없고 주문하던가 멀리 다른 매장에 가라길래 단념. 일반 스니커즈 같은 것도 한국보다 2~3만원 정도 더 비싼 거 같아;;;(결국 월요일에 BIG W 라는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모아놓은 마트에 가서 40불 정도 주고 푹신한 구두(?)를 샀다)
그리고 호주 사람네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왜 그런 흐름이 됐는지 음 나도 이해가 안가지만;;; 여튼 맛도 좋고 야경도 예뻤지만 그저 난 또 긴장하고;; 사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니까 들리는 단어를 가지고 하는 말을 유추해야했다. 머리를 풀가동 ㅠ.ㅜ 생각해보니 예전에 일본어로 오래 대화하고 나면 너무 피곤했는데 비슷한 상황이겠지. 돌아와서 커피 마시고도 바로 잘 수 있을만큼 피곤했던 것 같다 ㅠ.ㅜ
#2 월요일 그리고 수요일.
드디어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다. 내가 한 건 주로 스시 말기. 왜 '스시를 말다'라고 하냐면ㅋ 사실 말이 '스시'지 롤초밥이기 때문에. 내가 일하게 될 곳은 Sushi Train 이라는 회전 초밥집(체인점)이고, 나는 접시들이 돌고 있는 레일 안쪽에서 스시를 만들게 된다. 와서 놀란 건 여기 사람들이 초밥을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 그래서 초밥집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대부분의 초밥집은 한국인과 일본인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
여기서 job을 나누는 말로 오지잡, 한인잡, 텍스잡, 캐쉬잡 등이 있다. 오지가 호주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 오지잡이란 호주 사람과 일하는 걸 뜻하고 한인잡은 말그대로 한국 사람과 일하는 것, 텍스잡은 시급에서 세금을 까고 주지만 신청하면 세금은 다 환급받을 수 있는 거라 바람직한 형태의 job, 캐쉬잡은 세금 안까고 주는 것, 즉 불법, 즉 사장이 월급 안줘도 호소할 곳이 없는 것, 왜냐, 일한 나도 불법이니까. 그리고 슬프게도 여기서 한인잡은 대부분 캐쉬잡이다. 오지잡인데 캐쉬잡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지. 여튼 난 사람 싸게 부리는 사람들 다 못됐다고 생각하는데 룸메 왈, 근데 영어 못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아요? 하는데 흐음, 지당하신 말씀...인가??
한인들이 하는 많은 스시집이 캐쉬잡이라 비록 내가 일하는 곳이 일본인 가게라고 해도 나 역시 캐쉬잡인가 내심 불안했다. 시급이 15불 부터 시작한다면 이건 캐쉬잡이 아닐 거 같긴 한데...했는데 수요일에 매니저가 텍스파일넘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앗싸!!! 했다. 오지잡은 아니지만 텍스잡이기는 한 이상야릇한 시츄에이숑.
일하고 느낀 건 뒷정리 때 설거지가 제일 힘들었다는 것 ㅠ.ㅜ 설거지가 싫다기 보다는(좋지도 않지만) 도마가 너무 크고 무거워 ㅠ.ㅜ 그 큰 도마가 몇 개 있어 ㅠ.ㅜ 가스렌지 판때기도 왜케 무거워 ㅠ.ㅜ 스시 마는 거야 익숙해지면 될 일인데 이 노무 설거지는 한숨이 푹푹 나온다. 얼른 학원이 끝나서 오전 시프트를 받아야겠어...어학원이 이번주에 끝이라 저녁에만 트레이닝을 이틀 받았고, 다음주 부터는 오전 10부터 일했으면 좋겠다. 다음주 월요일 10시에 나오라는 매니저의 전화를 기다리는 중.
일은 힘든데, 뭐, 일이란게 다 힘든거 아니겠어. 그니까 괜찮다. 공장이나 농장가서 일하는 것 보다 힘들진 않을테고 그저 내가 내 건강 신경쓰면서 밥 잘먹고 빨리 일 배워서 익숙해지면 될 문제. 그리고 스시마는 일을 배워두면 앞으로 호주에서 일 못구할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시집이 많다!!!! 그리고 남은 스시 먹을 수 있어서 좋아!!! 집에 가지고 가도 돼!!!! 다만, 나는 일을 일본어로 배우고 있어서 스시 마는데 집중하다보면 여기가 당최 호주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간다는게 좀 심각한 문제가...되려나...? 싶다;;;;; 일할 때 영어는 커녕 일본어를 90%이상 쓰게 될 것이야. 뭐 그게 나쁜 건 아닌데... 까딱하다 하루 종일 일본어만 하다 끝날 날이 오는게 멀지 않았다 ㅠ.ㅜ
그리고 아무래도 일본애들이 너무 많아서 은근 따당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미약한 걱정도 슬쩍. 같이 일한 한국분이(이제 곧 그만두심) 애들 치사하게 구는게 짜증난다고 해서...으으으. 몸 힘든 것 보다 그게 더 싫은데. 그러나 안생긴 일을 걱정하는 건 내 몸에 무덤 파는 짓이니까, 네버마인드,
하나 더. 박태환 봤다!!ㅋㅋㅋ 수영 선수. 월욜도 보고 수욜도 보고. 여기 근처에 좋은 수영장이 있나봐. 코치나 감독(?) 같은 사람이랑 같이 온다. 월요일에 열심히 스시 마는데 고개를 드니까 정면에 박태환이 앉아서 순서 기다리고 있어...ㅋㅋㅋ 그 때 좀 웃겼다. 호주에서, 롤초밥 말면서, 박태환을 보다!- 뭐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