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8. 09:43
카테고리 없음
1. 일본원서
이사카 코타로의 러쉬라이프를 들고 다닌지 몇 주가 됐는데 이제 겨우 200쪽 읽었다. 고백을 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것과 참 대조되는 상황.
이거 분명히 4년 전엔가 읽었을 때 엄청 재밌어서 한 번에 다 봤는데 이건 뭐 뒷 얘기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데도 하나도 안궁금해 ㅡㅡ^ 아 내가 키득키득 봤던 소설가가 하나 이렇게 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건가 아니면 단지 더이상 러쉬라이프가 내 취향이 아니게 된건가... 예전에 칠드런 다시 봤을 땐 괜찮았는데. 그래도 옛 정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다 읽어주겠어(랄까 돈이 아까워서...)
예전엔 원서도 읽힐 때 몰아서 봤는데 요즘에 원서는 거의 늘 읽는다. 습관이 되니 좋다. 귀찮아도 후리가나 생각 안나거나 딱 봐서 모르는 건 전부 체크해서 꼭 찾아본다. 이런식으로라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지. 듣고 보는 게 습관이 된 진 오래지만 원서가 습관이 된지는 얼추 몇달 인 거 같다. 북오프가 신촌에 생긴게 꽤 도움이 되는 듯. 가서 볼만한 책 골라서 사놓으면 돈이 아까워서ㅋㅋ(내 거의 모든 일의 동기다ㅋㅋ) 꼭 본다. 근데 5월에 영어회화를 신촌으로 다녀서 틈만 나면 북오프를 들락날락한 탓에 쌓아만 두고 있는 원서가 여섯 일곱권 되는 것 같다. 이 놈의 지지리 진도 안나가는 러쉬라이프를 오기로라도 다 읽으면 꼭 다 봐야겠다.
대신 영어 셜록 홈즈가 멈춘지 좀 되고 한국 책 안 읽은 지 좀 됐다....?? 근데 아 얼마전에 김현진씨 책도 보고(눈물이 앞을 가렸음ㅋㅋㅋㅋ 폭풍 눈물ㅋㅋ) 요즘은 룰루님 블로그에서 본 성격유형에 관한 책을 깨작깨작 읽고 있구나. 근데 한국 책도 사놓고 안보고 있는게 두권 정도 있네. 꼭 보자구용.
성격유형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는 '인식형'에 '감정형'인 건 틀림없는 거 같은데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는 조금 아리까리하다. 물론 대체적으로 외향형이나 내가 사람들 만난다고 마냥 신나는 건 아니라 에너지 소모가 좀 큰데... 배터리 방전되는 느낌이랑... 그리고 하나 더 뭐였더라... 여튼 읽을수록 잘 모르겠던데...ㅠ,ㅜ
2. 영어회화
이번달이 네번째 달이다. 나는 꾸준히 레벨을 하나씩 올라가서(안올라가는 사람 거의 없음ㅋㅋ) 지금 나름 상급반인데 와와와 사람들이 참 영어를 잘한다. 평소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앞에 뒀으면 주눅들었을 거 ㅠ.ㅜ 물론 완죤 쏼라쏼라는 아니지만 생각하는 바를 잘 전하고, 내가 원하던, 주말에 뭐했냐 이런 질문을 넘어선 주제를 다루니 난 좋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주눅 안들어도 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쓰는 영어는 어쩐지 유치하고 다른 사람들의 어휘구사는 세련된 것 처럼 보이는 건 단순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심리일까? 공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안하고 있지만;; 여튼, 자극이 된다.
나는 회화수업에 대해 늘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고(일본어 잘 못했을 때 회화시간이 어찌나 끔찍한지ㅋㅋㅋ), 문법이나 작문이나 독해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야한다고 늘 주장했고 주장하지만, 남는게 없어보이는 회화 수업에도 나름대로의 장점은 많아서, 파란 눈을 앞에 두고 말할 때 더이상 긴장하지 않게 됐달까(첫달은 너무 두근두근 거렸다ㅋㅋ).
그리고 틀리는 걸 신경쓰는 것도 줄었다.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얘기기도 한데ㅋㅋ 쨌든 늘 영어에 대해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신기한게 3월에는 난 짧은 문장 말할때도 떠듬떠듬했는데 지금은 간단하고 짧은 문장은 비교적 빨리빨리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거.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영어공부와 병행해서 들으면 호주 갔을 때 바로 일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전화영어도 나 네달 동안 전출했어용 >.< (첫날에 전화기 고장나서 못받은거 뺴고...ㅋㅋ) 칭찬받고 싶다...ㅋㅋㅋㅋ 다 커서 ㅋㅋㅋㅋ
오늘이 마지막이었는데 쌤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금욜날 봐~ 해서 음, 좋았다 ㅋㅋㅋㅋ 다시 들을지 말지는 좀 고민중. 듣는게 좋긴 한데...흠.
3. 행복해요
나는 예전에 의욕이 넘치거나 기분이 좋은 주기나 (늘 행복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지금 같은 행복은 다신 없을 것 같은 때일수록 더 눈 앞이 깜깜하고 두렵곤 했다. 이걸 잃으면 어쩌지. 지금과 같은 의욕이 사라지면 어쩌지. 지금 이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끝나면 어쩌지.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그런 순간은 찾아오고, 그럼 또 바닥을 치는 기분과 우울함에 시달리고, 숨 못쉬게 울고,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걸 바라보고, 다시금 조금씩 좋아지고, 다시 의욕이 생기고. 근데 그런 주기가 반복된다는 걸 인식했을 땐 짜증도 났다. 또야 또. 또 이래. 대체 난 왜 이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싸이클이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새옹지마를 참 좋아하고 동경하지만, 원체 단순해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터라ㅎㅎ 불행하다고 나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고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살아있으니까 그런거다. 내려오면 올라가게 되있고 올라가면 내려오게 돼있는 거.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니까.
지금은 불안도 훨씬 줄고 전전긍긍하지도 않게 됐다. 물론 우울한 앞날이 갑자기 머리 속에 화르륵 펼쳐질 때도 있지. 샤워하다 문득. 길가다 문득. 하지만 애써 털어낼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그건 그거대로 또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변덕쟁이라 지맘대로 휙 왔다 쓱 가버리지만, 올 땐 견뎌내야할 시련을 싸들고오고, 갈 땐 다음에 지가 올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남기고 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다져준 땅에, 많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내가 일군 내 일상의 행복이다.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거둬들이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것. 그저 묵묵히 일하고, 밥먹고, 웃고, 울고 뭐 그러다보면 어느새 잘 살고 있는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