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8. 18:45 카테고리 없음
며칠 전에 전화가 왔다. 대학교 동기. 취업했다고 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근데 얘가 나한테 취업한 걸 자랑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테고(그렇게 대빵 친한것도 아니고) 뭔가 용건이 있을텐데... 싶었는데 역시나 '다름이 아니라' 하고 말을 잇는다.

용건 있을 때만 전화해서 기분 나쁜게 아니라, 난 참 이 친구의 '다름이 아니라'가 참 좋다ㅎㅎ 2학년 때 잠시 어울렸던 뒤로 이 친구는 군대에, 난 일본에 있다가 서로 복학한 뒤 회화수업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주 가~끔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이 친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룰 수 있는 악기도 많고(게다가 잘 다룬다 >.<) 2학년 때(서로 알기 전에) 회화수업 들었을 때 나의 떠듬떠듬 일본어와는 달리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했고(어렸을 때 좀 살았다고 들었음) 여튼 아 얘는 참 못하는게 없구나 머리도 좋고~ 하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근데 복학한 뒤 만나서 같이 수업을 들은 뒤로 아무래도 이 친구가 내가 일본어를 너무너무 잘하고 여튼 뭔가 잘하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자기는 군대에 있었으니 그 시간동안 내 일본어가 느는 건 당연하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내보낼 CM 나레이션 녹음하는 알바도 소개시켜주고, 그랬었다.
그래도 많이 친한 건 아니라서 가끔 연락만 하고 얼굴 볼 때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라 전혀 생각 못했는데 졸업할 때 꽃을 줘서 깜짝 놀랐다. 역시 인간이 내면적으로도 훌륭해! 하고 나는 감격했더랬다(나는 근데 걔 졸업할 때 가지도 않고 인사도 안했다...막돼먹은 인간...ㅡ_ㅡ;;;).
  
근데 이 친구 버릇이 대뜸 전화해서는 근황을 한동안 묻고, 그 뒤에 반드시 '다름이 아니라' 하고 자기 용건을 밝히는 거다. 나는 오랜만에 전화해서 대뜸 내 용건부터 말하는데(어떤 선배는 내 전화를 받으면 여보세요 전에 왜, 무슨 일인데, 하고 대답한다, 암쏘쏘리~벗알러뷰~몰몰~), 역시 잘자란 집 아들은 달라!짝짝짝 잘자란 집 아들! 예의바른 청년!!

며칠 전 용건은 내게 일을 소개시켜주는 거였는데 결국 시간이 안맞아서 못하게 됐다. 그걸 알리려 전화해서 또 '다름이 아니라' 하는데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쿡쿡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ㅋㅋㅋ 그게 성사가 안된게 마치 자기 탓인양 연신 미안해하며 내 이름을 부르며(친구는 모두 성을 붙이거나 별명을 부르고, 학교 사람들은 두글자 다 떼고 영~하고 부르는데, 오랜만에 남자한테 그렇게 완전한 이름을 불리니 기분이 묘하게 좋더라ㅋㅋㅋ) 서울에 가면 밥 먹자고 하는데 어쩜 이렇게 유쾌한지.

만날 때 가볍게 입사선물을 해야겠음. 졸업식도 못갔는데.
허나 정녕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보면 보는거고~ 못보면 못보는거고~
우리는 그렇게 친하지 않으니깐요ㅎㅎ

하지만 난 이 친구가 참 좋고,
결혼하면 꼭 갈께!(지난 번에 우연히 마주쳤을 때 여친이 있었음ㅎㅎ) 
비록 노는 그룹이 달라서 가면 뻘쭘하겠지만 그런거 극복할 수 있어
오호호호호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