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벌써 가을이네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블로거분들은 다들 여전히 잘 지내시는 것 같네요 :) 글이 여전히 재밌거든요ㅎㅎ
혹시나 제 블로그를 간혹 들여다봐주셨던 분들에게는 그동안 본의로 방치했던 것에 대해 괜시리 송구스런 마음으로...ㅎㅎ 저도 그동안 늘 그랬듯이 잘 지냈고 조금 별 일이라면 별 일이, 있었어요.
제가 요즘 강상중씨와 요네하라 마리씨의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다 ~요 체를 쓰길래 저도 한 번 그렇게 써볼라구요. 호호호호.
1. 저 짤렸어요
8월 초에 제가 일하던 학원이 건물을 옮긴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겸사겸사(?)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길래 내심 내 수업은 시험 대비반이므로 그럴 일이 없겠지, 하지만 토요일에 맡은 다른 수업은 사람도 많이 줄어서 없어질 것 같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제 강의실로 실장님이 오신 건 예상한 일인데, 근데 아예 자르실 줄은 몰랐어요ㅎㅎ 풀타임 선생님을 구했대요. 저는 오전에만 근무했거든요. 그렇다고 저에게 사전에 풀타임으로 일 할 수 있느냐, 하고 물었던 건 아닌데 그걸로 기분 나빠하기에는 제가 전에 저녁에 따로 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냥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하고 말았죠.
실은 안그래도 8월까지 하려고 했던 걸 워킹 가는 시기를 늦췄기 때문에 11월까지 하려고 했어요. 그니까 그저 조금 일찍 그만두게 된 셈이고, 제가 오전 일로 벌어들이는 돈 보다 저녁에 개인레슨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기에 당장 생활이 걱정되는 것도 아니므로 실은 정말 괜찮았어요. 단지 기분이 괜찮지 않은거죠.
그래도 일년 오개월을 일했는데 이렇게 한마디로 잘릴 수 있는 거구나, 그게 놀라웠어요. 다들 이래서 정규직 정규직 하나 싶었는데 요즘 정규직이라고 맘 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죠. 이런 걸로 '에잇! 서러워서 정규직 되야겠어!' 라는 생각은 안했구요ㅎㅎ 그저 단순히 '앞으로 회사 들어갈 생각 없이 이렇게 굴러다니면서 일을 할꺼면 언제든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심적 여유와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더 했어요. 아니면 제가 뭔가를 차리거나 뭐 그렇게.
왜냐면 전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없거든요. 일본어 강사들이 저 말고도 여섯 분 정도 더 있는데, 그 중 그 학원에 거의 10년을 계신 두 분이 학원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강하셔서 그런지 늘 적극적세요 뭐든. 근데 저는 제가 일하는 시간에만, 강의에만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잘 가르치는 걸 생각하지 학원에 대해 애착을 갖고 학원 행사나 수강생 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관심이 없어요. 강의 끝나면 바로 학원을 휙 떠나기에 당연히 학원 선생님들과의 교류도 없고, 거기서 소외감을 느끼기보다는 마음이 편한게 더 커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장점 중 하나죠. 발을 하나 바깥으로 빼고 있는 상태. 물론 저를 자른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그런 태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 않을까 해요. 결국 많은 조직에서 중요한 건 일의 내용이나 완성도보다는 '태도'구나 싶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책임감 강한 두 분이 내용이나 완성도 면에서 떨어진다는 건 아니구요.
근데 저는 그 일을 뭐랄까, 좀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어렵고, 좀 더 '있어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허영이 내 안에 아직도 크게 남아있는 걸까요? 결국 강사라는 건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공부하도록 의욕과 동기를 부여하는게 실은 제일 중요하고, 제가 근무했던 그런 소규모 학원일수록 개개인을 잘 챙겨주는게 중요한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었던거죠. 그리고 일에 대한 재미보다는 약간의 수입과 시간 활용도 면의 이점이 훨씬 컸기에 그만두지 못하고 지금까지 한거죠. 안일해요. 근데 안일하게 사는게 그리 나쁜건가... 하는 생각은 접어두고, 이제는 그러면 안되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도 현재 통역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2. 워킹 갈꺼예요.
제가 간다간다한지 벌써 2년은 넘은 것 같은데 드디어 가려구요ㅎㅎ 실은 간다고 하면서, 일년 간 영어학원에 돈을 꼬박꼬박 갖다 바치면서 스스로에게 '진짜 가?'하고 되물었던 날들이 더 길었어요. 간다고 말하는 건 쉬운데 막상 준비하려고 하면 맘이 동하지 않는거죠. 자금 모을 때 까지만, 하고 밍기적 거렸는데 자금은 진즉에 모였어요ㅎㅎ 근데 학원 잘린 순간 든 생각이 '오! 이거 지금 워킹가라고 등 밀어주는건가?' ㅋㅋㅋ 실은 안가면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당장 없구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온 기간도 길고...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비자를 신청했어요.
저는 호주에 갑니다. 캐나다는 일단 추워서 싫어요. 안그래도 겨울이 제일 싫은데 제발로 추운 지역에 갈리가 만무하죠ㅎㅎ 그리고 비자 발급이 까다롭구요. 호주 비자 승인을 위해서는 270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어야하는데 저도 어엿한! 성인ㅋㅋ이므로 이제 더이상 엄마 카드를 빌려쓰는 건 그만할 생각으로 은행에 가서 신용카드도 만들었어요. 발급 후 인터넷으로 비자를 신청하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5만원이나 내고 엑스레이를 찍었으니 비자발급에만 약 35만원이 든거죠. 에잇 짜증나 ㅋㅋ 그리고 신용카드는 마물이므로 서랍안에 고이 넣어놨어요ㅎ
비행기는 편도로 알아보려구요. 올 때 어딜 들릴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언제 올지도 모르니까요. 일년은 있을 생각인데 가서 일단 일 구해서 좀 해보다 이거 영 아니다 싶으면 바로 튀어올 자신도 있어요. 빨리 접는 것도 용기다 싶은데 막상 본전 생각하며 버티고 보는 타입이라ㅎㅎ 어찌 될지 정말 모르겠네요. 일단 시기는 12월 초로 생각하고 있어요. 비행기 사정 때문에 11월 말이 될 수도 있구요.
가서 어떻게 될지, 뭘 할지, 이게 잘하는 짓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이 상태로 한국에서 뭘 하고 살든 마찬가지겠죠. 저에겐 이제 그만 과외를 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기도 필요하고ㅋㅋㅋ 가서 영어 안는다고 많이들 말하는 거 아는데 저는 일본으로 워킹 안갔으면 이렇게까지 일본어를 하진 못했을거라 자부하므로 호주에서 일년 굴러다니면 늘긴 늘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사전 준비와 현지에서의 본인 노력 여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일본으로 워킹 갔을 때도 어느 정도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게 가능한 상태로 갔거든요. 일본 가게에서 일하면서 좌충우돌이든 어떻게든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회화 실력은 갖추고 간거죠. 지금도 그럴 생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3. 그래서 전 지금 그냥 지내요
학원을 세 개 등록했어요;; 일년에 3~4번 가는 일본어 프리토킹 반을 등록했고, 회화와 작문을 전전하다가 지난 달부터 다시 듣기 시작한(제가 좋아하는 선생님ㅎㅎ) 영어 리스닝 수업을 듣고, 대학교 때 일년 열심히 공부했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린 중국어 수업을 드디어! 듣고 있어요ㅎㅎ
중국어는 늘 관심은 있는데 대학교 때 바짝 공부 한 이후로 전-혀 들여다본 적이 없거든요;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 교재들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팠죠 ㅠ.ㅜ 난 기본은 되어있으니까~ 하고 HSK(중국어 시험) 4급 입문반을 턱하니 등록했는데 에구, 이게 막 가랑이 엄청 찢어지고 있어요;;;;;;; 귀를 적시는 정도로 생각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음; 너무 모르니까 조금씩 가기 싫어지고 있어요ㅋㅋㅋ 그래도 빠지지 말고 앞으로 6번만 더 나가면 되니까ㅎㅎ 심심할 때 한자도 좀 써주고 그래요ㅎ
거의 3년만에 토익도 다시 쳐요. 결국 졸업 전에 855점에서 좌절했는데;; 이번에야 말로 900점 가볍게 넘겨주겠어~ 했는데 음;;; 공부가 잘 안되네요ㅋㅋㅋ
음, 당장 내일 저녁부터 밀린 동강 듣고 프린트 해놓은 거 마저 풀고 part 4 듣고....할 거 많죠??ㅎㅎ
내년에 호주에서 오면 통역대학원 시험을 (떨어질 거 당연히 알고) 쳐보려고 했는데 친구가 '올해 치고 가면 되잖아!' 하길래 오!!! 그러게!! 하고 예~전에 한달 다녔던 통대 준비반(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ㅋㅋㅋ)의 프린트물을 (아직도 안버리고 고이 모셔뒀거든요) 꺼내서 읽어보고 한자 외우고 그래요. 보면서 드는 생각은 시험은 말그대로 쳐볼 뿐, 이거 영 안될텐데ㅎㅎ 하고 쓴웃음. 읽을 수 있는 한자에 비해 쓸 수 있는 한자가 너무 적어요ㅋㅋ 시사용어도 모르는게 많고, 번역할 거 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죠.
그래도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건 참 다행이예요. 오전 일을 하느라 일년 오개월을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났더니, 곰새 해가 중천에 뜰 때 일어나겠거니 하며 지레 겁먹었던(잠을 정말 못이겼거든요;;) 일은 안일어나고 오히려 푹 자고 싶을 때 조차 새벽 여섯시를 넘기면 딱! 깨버려요. 말똥말똥...ㅠ.ㅜ 애써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그래봤자 한시간 반정도? 그리고 8시쯤, 이불에 마냥 누워 있고 싶은데 이대로 학원 갈 시간을 놓치면 그 대신 뭐할래? 하고 자문하는 순간 벌떡 벌떡 이불을 헤치고 화장실로 달려가요.ㅎㅎ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잉여짓이나 여가활동은 결국 언어 공부하는 건데, 책이야 늘 읽는거고 드라마나 쇼프로 보는 것도 늘 보는거니, 가서 사람들과 조금 부대끼다 오는게 훨씬 즐겁거든요. 저녁에는 애들한테 부대끼니까ㅎㅎ 원래는 일을 해볼까 하고 알바몬이나 사람인을 들락거렸는데 에이 그냥 그만 일하고 좀 여유있게 놀아보려구요. 위에도 곰방 썼지만 제가 논다고 해봤자 그거예요, 그냥 언어 공부하고 책 보고 그러는거ㅎㅎ
잘 쉬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호주 가면 바로 일을 구해야죠. 어제 오랜만에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회사에서 연락와서 사장님을 뵈러 갔는데 사장님이 호주간다니깐 가서 닭 털 뽑게? 하고 계속 심술궂게 놀리시던데ㅠ.ㅜ ㅋㅋㅋ 근데 제가 2개월만 있고 (사장님 표현에 따르면) 홀라당 도망갔는데도 몇 번이나 일 주시고 지금도 계속 오라고 해주시니 전후 사정은 다 생략해도 감사할 따름이예요. 호주 가기 전까지 일 생기면 주신다니 가기 전에 일본 방송일 몇 번 더 하고 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야말로 게-닝(개그맨) 와서 로케 한 번 했음 좋겠는데ㅎㅎ 여태까지는 시사나 교양이 많았거든요 ㅠ.ㅜ
*코디네이터는 해외 방송국에서 한국으로 취재나 로케를 왔을 때 사전 리서치나 장소 물색 현장에서의 가이드, 통역, 여튼 촬영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돕는 뭐 그런 일이랍니다ㅎㅎ
얘기가 샜는데 여튼, 닭 털을 뽑든 농장에서 포도를 따든, 뭐 어때요. 해보고 아님 안하면 되는거지ㅎㅎ 사장님이 그렇게 계속 놀리시는 건 절 나름 마음에 들어해서 잡느라 그러시는거고ㅎㅎ 젊은 애가 한 곳에 자리 못잡고 계속 들썩 거리니 걱정도 되시겠죠. 예전에는 사장님의 직설적인 말투가 좀 그랬는데ㅎ 지금은 그냥 그런것도 다 귀여워보이니 제가 나이가 좀 든걸까요? ㅎ 막상 호주 다녀와서도 잡아주시면 이번에야말로 잇속 챙기지 않고 일해볼까, 하는 생각도 어제 내내 했어요.
중요한 건 가서 내가 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열심히 해보는 것, 아니겠어요. 선택 자체가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과정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수도 있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죠.
청춘은 낭비하는거래요. 언제부터가 청춘이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저에게는 아직 낭비할 청춘이 남은 것 같아요. 최고의 형태로 멋지게 낭비하고 오려구요. 멋지게 낭비하기 위해서 지금은 담담하고 묵묵하게 하지만 여유롭게 준비할 시기인 것 같아요.
2011. 9. 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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