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0. 08:47 카테고리 없음

'데키챳따켁콩'에 대해서

요즘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해도 결국 쌈나면 시어머니의 한말씀이 너가 처신이 똑바르지 못해서 우리 아들 망친거라고(까진 아니어도 라이트급의 동질 대사를) 뭐라 하게 되있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데, 아니 임신은 지 혼자 했대? 라는 항변에 상관없이 그 말은 (아마) 맞을 것이고, (그럴리 없겠지만) 설사 내게 저런 일이 일어나서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필경 무지 상처 받을 것이고 따라서 낳은 자식 바라보며 (잠시)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고 뭐 그럴테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나는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어야겠고
백만퍼센트 귀여울 게 확실한 내 자식은 역시 낳아서 다행일 것이고
그런 손가락질을 깔깔 웃어 넘길만큼 강해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운 좋게도 그런 일이 안일어난다해도 적어도 내가 시어머니가 될 나이가 됐을 때 내 아들이 갑작스레 임신시킨 여자친구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 그러면 니가 우리 아들 망쳤다고, 두고두고 그러진 말아야지(그런 생각을 조금도 안 할 것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ㅠ.ㅜ ㅋㅋ...).

굳이 데키챳따켁콩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고착(된)관념을 깨부수는 첫 걸음이자 맞서 싸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남에게 기대도 강요도 할 수 없다는 걸 숙지하면서 나 부터가 그런 생각을 안하는 것, 그게 젤 중요한 거 같다.

그런 관념을 근거로 남은 날 비난할 수 있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

이거 너무 어렵지 않아? 자고로 돌 날아오면 바위 던지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인데(나의 본성인가...ㅋㅋ) 근데 바위를 우두두 맞고도 말마따나 왼뺨도 내밀 지경이 되려면 이건 해탈의 경지다.

 
하지만 남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고착관념이란게 대부분 남들에게 실질적 피해를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흥미본위로 화제꺼리로 꿍시렁 댈 뿐이니 날 포함해서-나도 잘 그런다...;;-참 한심한데 뭐 남말하기 좋아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랄까..ㅋ) 인생 여러 항목들 가운데 그저 자기 마음 편한대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대로 살기 위해서는 -때로는 그게 제일 어렵고 힘들다-남들의 수군거림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한데 그걸 어찌 갖추느냐 물어볼 곳도 없으니 참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남들 생각대로 수준대로 맞춰 살기 위해 무리하는 노력의 양이면 강심장을 갖추고 정신 수양 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어느 쪽으로 살아볼래, 라는 건 정녕 개인의 선택이지 않을까. 

나는 김현진 말마따나 '내기분주의자'라 소심한 새가슴을 갖고도 그냥 나 좋을대로 살고 싶으니, 성미에 안맞는 쿨한 태도를 지니기 위해 들어야할 까치발이 킬힐 저리 가라다.

근데 나 하이힐 좋아하니까 괜찮아....

사실 내가 이렇게 끄적끄적 꿍시렁꿍시렁 대는 건 지레 자기 보호를 위해 연막치는 것과 마찬가지. 난 그저 보통의 참 평범한 인간인데 가끔 내가 속한 집단의 주류 가치관과 동떨어진 생각을 할 때가 있고, 그걸 굳이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안들때가 있어서, 좋은게 좋고 무난한게 좋고 묻어가는게 좋다는 생각과 달리 사서 고생해놓고 자존심은 또 쎄서 그걸 고생이라 인정 안하고 꿋꿋하게 나 좋을대로 하고 만다. 아마 앞으로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겠지.

예전에는 그런 것도 후회해 봤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를 놓고 나 자신에게 골라보라 그러면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할꺼란 말이지. 선택에 대한 후회는 보다는 선택 후의 과정에 대해 미련이 좀 남는 것 뿐.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자기도 모르는 새애) 발악하는 타입이라.  

뚜렷한 윤곽도 확신도 없지만 어렴풋이 느끼는 건, 나도 모를 어느 시점에서 내가 갈 길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거다. 길진 않지만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소소하나 참 나 좋을대로 살았다 싶고, 그런 길과 내 성향이 절로 나아갈 길의 방향을 정했겠지. 물론 구체적인 목표나 거창한 꿈이 생겼다는게 아니다.  

그 길을 지나오는 동안 남들 수준(에 비하면) 미달이라고 자책했던 순간도, 불안해했던 나날도 사실 벗어버리면 그만인 것을.(지나고나면 더 별거 아니다)
사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환경들을 고려해봤을 때 내가 터무니없이 색다른 길을 걸을 리도 만무하니,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요리조리 좋을대로 사는 거 아니겠어.

그런데도 괜시리 불안하다.
막연한 미래가 그저 두렵기만 한 때가 있다.
저기 내 맘의 뒷동산 울창한 숲에 고스란히 비밀스레 묻어놨다고 생각했던 의문들이 갑자기 미친 벌떼처럼 와장창 달려들면, 그걸 떼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양팔을 휘두르듯 끊임없이 나는 이대로 괜찮은지, 나스스로 확신할 수 없으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고, 그럼 내가 또 함량 미달인 거 같아서 두려워질 때가 있었고, 있고, 또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럴 때를 대비해서 늘 이런 비슷한 글을 쓰고 또 쓰고...읽고 스스로 위로받고 아마 앞으로도 쓰고 또 쓰고...위로받고ㅎㅎ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거 외에는 달리 없으니 그저 말하고 쓰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격려하는 것 뿐.

갈수록 자기 격려와 위로와 합리화를 얼마나 세련되게 할 수 있는지
그걸 연마하는 거 같아...ㅡㅡ^ㅋㅋㅋ

posted by stead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