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1:14
흥청망청/진지한 얘기
마츠다 본사 공장 연속살상사건
2010년 6월 22일 히로시마에 있는 마츠다 본사공장에서 발생한 무차별 살상사건. 야간근무와 오전근무가 교대하는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승용차로 들이받아 한 명이 사망하고 열한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범인은 2개월 전까지 공장에서 일하던 42세의 파견사원으로, 2008년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7명 사망, 10명 중경상)과 같은 사건을 일으키려했다, 마츠다에게 원한이 있었고 마츠다 사원이라면 (범행의 대상으로)누구던 상관없었다고 진술했다.
작년에 방송된 폭소문제의 NHK 일본의 교양 '라꾸고의 힘' 편에서 마츠다 살상사건에 대해 오오타씨가 한 말.
오오타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로 '상상력의 부족'을 꼽았다.
그에게 절실했던 건
스스로 '나 자신은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니었을까.
끔찍한 사건이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으로 대표되는 청년 실업, 정규직과 파견노동, 고립되어가는 인간 관계 등 사회적 요인을 사건의 동기와 배경으로 갖는 사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던정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려 안간힘 쓰고 다시 꺾이고, 그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삶의 의욕을 잃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나 자신을 향한 공격성이 바깥을 향해 분출되는 것도 전혀 이해못할 수준의 일도 아니고.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오오타상 말처럼, 나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 삶도 내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힘. 항상 더 일해야하는데, 더 성공해야하는데, 더 보란듯이 살아야하는데 하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다보면 정작 감사하게 여겨야할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놓치기 쉽상이다.
나도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언제까지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보낸다. 누구처럼 고시에 붙고 누구처럼 대기업에 가는 등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을 갖고 비싼 가방에 비싼 옷을 사입으며 떵떵거리고 누구처럼 학벌과 집안과 수입이 괜찮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혹은 누구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도전하고 누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지내는, 그렇게 내 주변의 그 누구들처럼 살아야 내 삶이 바르게 가는 것일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괜시리 불안해지는 거다.
(지금의 내 처지를 비관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새벽에 출근하면서 해뜨는 걸 볼 때, 비는 시간에 조조영화를 보고 있을 때, 영어 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운동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과외녀 과외남들과 낄낄 댈 때,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재밌는 책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그런 순간들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 때! 그 감정의 볼륨을 높이면 남들과 비교하면서 생겨나는 불필요한 열등감이나 초조한 마음, 시기와 질투의 잡소리를 덮어버릴 수 있다. 그 힘도 다 상상력에서 오는 것 아니겠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 할 때 세월이 흐른 뒤의 자기 자신을 상상하면 때 지금의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지금의 나는 꽤 나이가 있을지 몰라도 10년 후의 나에게 10년 전의 나는 얼마나 젊을까. 시계를 뒤에서부터 감아보면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도 얻을 수 있고.
물론 나는 늘 앞을 계획하며 즐거움을 찾는 타입이다.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운운하며 현상에 만족만 하기에는 갖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현재 생활에 대한 만족과 충실감이 없으면 그저 허무하기만 하다.
인생이란 무언가를 계획하는 중에 터지는 예기치 못한 일들의 퍼레이드라는 누구의 말마따나 무언가를 계획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터지기 마련이다. 즉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터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지금 영위하는 일상 생활은 과거의 내가 벌였던 일들의 결과이자 진행이며,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은 미래의 '현재'를 위한 밑거름이므로 어느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에게 절실한 건
스스로 '나 자신은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